문턱을 낮추면, 신뢰가 흐릅니다
디시 시작하는 공동체들의 사례를 찾아 봅니다.
먼저, 포항제일교회(박명호목사)의 공동체사역에 대해 알아봅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공개된 자료들과 담임목사님의 강의등을 기반으로 서술하였습니다,
세부적인 내용과 사례들이 일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혹시, 문제가 있으면 제게 DM주시면 바로 잡겠습니다,
포항의 바다는 늘 같은 곳에서 철썩이는 듯하지만, 그 파도는 멈추지 않고 도시를 향해 새로운 공기를 밀어 넣습니다. 포항제일교회는 그 바람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오랜 역사의 무게와 현대적인 건물의 낯선 공존 속에서, 교회의 문턱을 넘나드는 다양한 소리가 들립니다. 때로는 예배의 엄숙한 찬송가, 때로는 지역 주민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웃음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계의 울림. 이 소리들은 한 가지 분명한 증언을 합니다. 문턱을 낮추자, 그 안으로 신뢰가 조용히 흘렀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지난 느헤미야의 이야기에서, 무너진 성벽을 다시 세우는 일이 그저 외적인 건축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았습니다. 회복은 마음속에서,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부터 시작되어 밖으로 흘러나가는 물과 같았습니다. 포항제일교회는 바로 이 흐름을 주목했습니다. 거대한 조직을 단번에 바꾸는 대신, 내면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점진적인 길을 택했습니다.
2018년 9월, 박영호 담임목사가 부임한 이후, 교회는 '지역을 이끄는 어머니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며 '복음적 공공성'이라는 새로운 좌표를 세웠습니다. 이는 교회가 세상과 경쟁하거나 세상 위에 군림하려는 시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곁으로 깊이 들어가, 그들의 삶과 고통을 보듬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훈련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내부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재정 운영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오이코스 사역'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늘리는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성도들이 소그룹 안에서 서로를 돌보고 지역을 섬기며, '은혜'가 '나눔'과 '자발성'이라는 열매로 맺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자발성이 모여, 거대한 공공성의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공공성이라는 단어는 때로 너무 거창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포항제일교회는 그것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구체적인 장면들 속에서 발견되는 것임을 보여주었습니다.첫째, 돌봄의 자리입니다. 교회가 가진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한 것은 '돌봄' 사역이었습니다.
첫째, 돌봄사역
2020년 7월, 포항시와 협력하여 문을 연 맘키즈센터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영유아 돌봄 시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에서는 '도란도란 육아학교'와 '함께하는 그림책 읽기'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엄마들은 이 공간에서 서로의 육아 고민을 나누고, 아이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놀며 성장합니다. 교회의 문턱은 더 이상 낯선 벽이 아니라, 육아에 지친 이들을 품어주는 따뜻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개소 1년 만에 월평균 이용 횟수가 500회를 넘어서는 작은 물결은, 이 공간에서 신뢰가 조용히 자라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였습니다.
둘째,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입니다.
교회는 단절된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데도 집중했습니다. '세대통합 사역'은 다음 세대가 어른들과 함께 예배하고, 멘토링을 통해 신앙을 삶으로 배우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은퇴 장로님들이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거나,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하는 삶의 이야기' 멘토링을 진행하는 등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삶과 삶이 맞닿는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한 해를 건너며, 멘토링 매칭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작은 기적은 곧 세대 간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언이었습니다. 한 청년은 "교회에 와서 처음으로 진짜 어른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고 기도 부탁을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셋째, 공간을 여는 교회
포항제일교회는 예배당 건물을 예배 시간 외에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열린 공간’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문화 공공성 사역'은 교회 로비 갤러리에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시민과 함께하는 가을 음악회'와 같은 문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교회의 예산이 아닌, 자발적 후원과 외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이 사역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했습니다. 한 지역 주민은 “교회가 딱딱한 공간인 줄만 알았는데, 편하게 와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넷째, 재난과 함께 울고 웃는 공동체입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덮쳤을 때, 교회는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예배당을 이재민 쉼터로 개방하고,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단을 꾸려 피해 복구에 힘썼습니다. 이 사역은 지자체 및 NPO와 협력하여 진행되었고, 따뜻한 식사와 긴급 구호물품을 제공했습니다. 한 침수 피해 주민은 "정말 어려울 때 교회가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는 교회가 특정 집단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울고 웃는 생명 공동체임을 증언한 순간이었습니다.
숫자는 때로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지만, 중요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교회 안팎의 변화를 지표로 살펴보면, 그 흐름의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한 해를 건너며 세대별 참여율이 서서히 늘어나는 신호를 보였고, 사역별 지속 개월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특히 지역연계 건수와 언론보도 건수는 교회가 다시금 지역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주었습니다. 이 모든 수치는 교회를 향한 시선이 바뀌고, 신뢰가 자란 흔적이었습니다.이러한 수치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교회를 향한 시선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교회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믿을 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퍼져나갔습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마음의 문턱이 낮아진 결과였습니다. 이는 공공성이 복음의 수용성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제적 증거였습니다.
빛과 소금의 비유는 단순히 눈부신 빛이나 강렬한 짠맛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빛은 어둠 속에서 길을 보여주는 분별이고, 소금은 부패를 막는 절제였습니다. 포항제일교회는 이 진리를 행동으로 옮겼습니다.공공성은 복음을 대신하지 않고, 오히려 복음이 우리 삶에 스며든 흔적이 됩니다. 그것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신뢰와 수용성이라는 토대를 만들어가는 증언(μαρτυρία)입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표지이고, 그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도구이며, 그 나라의 도래를 예고하는 전조입니다. 포항제일교회는 바로 이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다가오시는 하나님 나라의 표지를 드러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몇몇 지도자의 헌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교회는 ‘자발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각 사역에 대한 권한 위임 구조를 확립하여 동역의 폭을 넓혔습니다. 또한, 예산 편성 시 공공성 사역에 대한 우선순위를 변화시키며, 교회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소수의 번아웃을 방지하고, 모두가 함께 짐을 지는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느헤미야의 눈물에서 시작된 회복은 포항의 오늘로 이어집니다. 한때 무너진 성벽처럼 보였던 한국교회, 그 안에 깃든 절망을 보며 울었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희망의 흙손을 들었습니다. 한 손에 흙손을, 다른 손에 이웃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관계의 돌을 쌓아 올리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공동체 위에, 하나님 나라의 표지가 선명해집니다.
공동체의 회복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이미 한국교회 곳곳에서 시작된 작은 흐름 속에 있습니다.그
흐름은 세대와 지역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표지를 드러냅니다.
9월 4일 목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