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맛있어서 요즘은 밖에서 혼자 커피를 잘 안 사 마신다. 원두도 두 가지 종류라 아이스로 마실 때는 산미가 있는 걸로, 따뜻하게 마실 때는 바디감 있는 걸로 마신다. 가끔은 재미 삼아 거꾸로 마셔보기도 한다.
어떤 날은 불편함 하나 못 느끼는데, 어떤 날에는 큰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커피가 나오는 구멍이 가끔은 너무 낮아서 컵을 기울이고 커피가 다 내려올 때까지 가만히 대기해야 되는 것이다. 하도 기울여서 머그잔 옆을 타고 에스프레소가 줄줄 흘러내린 적도 있다. 그래도 보통은 커피머신이 머그잔을 올려둘 높이 정도로 설정되어 있어 별 탈 없었다.
문제는, 지난주에 내 쇼핑에서 비롯됐다. 평소에는 이미 공유오피스에 배치되어 있는 머그잔을 사용했는데 기분전환 및 실용성에 따라 내 전용 컵을 산 것이다. 하필 제법 큰 텀블러형 머그라서 운이 좋으면 커피머신에 올려두고 커피를 내릴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울여서 받아야 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늘.
커피머신은 머그잔을 아예 기울여서 받을 수도 없을 정도로 낮게 설정되어 있었다. 머그잔을 이리 기울이고 저리 눕혀봐도 도무지 안될 것 같았다.
가끔은 높이 올라가 있고 오늘은 유독 낮게 내려와 있는 걸 보면, 분명 높이 설정이 된다는 걸 텐데. 마침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괜히 고장내거나 관리아에게 혼날까 봐 손도 못 대보던걸 결국 만져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참 쉽죠잉? 허허...
... 그냥 끌어내리고 끌어올리면 되는 거였네?
(너무 쉬운 게 기가 차서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진작 해봤으면 몇 달을 훨씬 편하게 살았을 텐데, 싶은 생각에 조금 억울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끔은 빙 돌아가며 타협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해야 변화를 시도하는 용기라도 생기나 보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 지원할 때도 비슷했는데... 그건 다른 포스팅에서 풀어봐야지.)
가끔은, 생각보다 쉬운 일도 있나 보다.
그러니, 가능하면 너무 늦지 않게 살살 시도하는 게 좋을 듯싶다. 안 그래도 어려운 일로 가득한 세상에, 가끔씩 숨어있는쉬운 문제라도 해결해버리고 싶다. 시간도, 노력도, 불편함도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