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은 어떤 느낌인가요
이번주 글을 쓰기 위해 주제를 고르는데 느낌이 왔다.
'느낌에 대해서 써야지'하고.
그리고는 느낌이라고 제목을 적고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이 단어, 이 글씨가 너무나 생경하게 느껴진다.
느
낌
느낌
느낌느낌느낌
진짜 이상한 느낌이다.
'느낌'의 사전적 정의는 "몸의 감각이나 마음으로 깨달아 아는 기운이나 감정"이다.* 이렇게 보고 있자니, 뭐 하나 제대로 된 기준이 없게 느껴진다.
'몸의 감각'이라 하면, 그 몸의 주인만 아는 것이고 '마음'이라던가, '기운', '감정'이라고 하는 것도 아주 개인적인 영역의 것들이다. 고로 느낌은 온전히 나만의 것일 수밖에 없고, 남의 느낌이 내 느낌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종종 하고 있는 일은 많은데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곤 했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진짜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럴 때는 쓸 말도 없으면서 좋아하는 펜을 꺼내 아무 말이나 종이에 써보곤 했다.
펜으로 사각사각 글씨를 쓰고 종이에 잉크가 번지는 걸 보고, 손으로 책을 사사락 넘겨보아야 했다.
그건 꽤나 도움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내가 관념적인 존재가 아니라 아니라(a.k.a 통속의 뇌) 느껴지는 것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이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팽이를 돌리는 것처럼.
대체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느낌은 '진짜라는 느낌'인 것 같다.
이것이 단지 생각도 아니고, 허상도 아니고 진짜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느낌.
그건 또 다른 말로는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전자 기기로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신간이 나왔을 때 가장 좋은 홍보 수단은 여전히 저자의 친필 사인본**이라는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나도 짐이 느는 것이 버겁게 느껴져 이북을 종종 이용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본이 담긴 책이라면 이북이 아니라 종이책을 살 것이다.
그 작가가 진짜인 책에 진짜로 사인을 해서 내가 그 책을 만지며 읽을 수 있는 것은 진짜라는 느낌을 줄 테니까.
(진짜라는 말이 진짜 많이 쓰고 있는 것이 지금 이 글의 포인트이다)
가끔 상상해보곤 한다.
정말로 세월이 많이 흐르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게 될까?
SF영화에서 처럼, 모든 것을 디지털 기기로 대체하고 편리하게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로 책을 만들고 펜으로 글을 쓰는 그 느낌을 찾지 않게 될까?
'아닐걸'하고 속으로 답해본다.
이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과는 또 다른 욕구이다. 무언가를 진짜로 하고 있다는 느낌은 오히려 편하지 않을 때 조금 수고롭거나 고생할 때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전에서는 느낌을 설명하며 '몸의 감각'과 '마음으로 아는 감정'을 따로 두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느낌 중에서도 그 '살아 있다는 느낌'은 감각과 감정이 같이 느껴질 때에야 찾아오는 게 아닐까?
사람이 참 정신적인 존재 같아도 그 정신이 신체의 감각과 신경에 두루 연결되어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이 물질세계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그 느낌을 만지기 위해서 사람들은 그렇게 물건들을 만들고, 실물이 없던걸 실물로 만들고, 심지어 영상 디지털 콘텐츠라 해도 굳즈를 만들며 사나 보다.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그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
아무튼 느낌이 중요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EB%8A%90%EB%82%8C
**"디지털 시대에도… 저자의 '친필 사인본'은 힘이 세다" 조선일보, 2023.3.7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3/03/07/N36QD6GCMJFQNDXGHFOZKKSC54/
*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