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무게
고등학교 1학년말이 되던 해에 오토바이 뒤에 가스통을 실었다.
한 개도 아니고, 두 개, 세 개씩 쌓아야 하는 날도 있었다.
내 키만큼 쌓인 가스통이
덜컹거릴 때마다 핸들이 휘청였다.
겨우 키가 170 조금 넘던 앳된 소년에게는
그 가스통이 세상의 무게였다.
나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기도했다.
"제발, 넘어진다 해도 터지지만 않게 해주세요."
배달을 나설 땐 항상 가죽 장갑을 껴야 했다. 다른 형들이나 사람들은 그냥 빨간색으로
바닥이 코팅된 목장갑 같은 것을 꼈는데, 나는 아직 어려서 피부도 조금 약했고
가스통 위쪽 거친 쇠로된 손잡이부분을 손으로 감싸 잡아야 했기에, 손끝이 쉽게 찢어졌고
어느 날은 면장갑을 끼고 일했었는데 안에 손가락이 피로 젖어 들러붙어 벗을 때 엄청난 고통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겨울은 더 혹독했다.
쇠로된 가스통은 아주 차가웠고 바람이 뺨을 칼처럼 베고, 헬멧 틈새로 눈물이 맺혔다.
그건 바람 때문이었는지, 내 인생이 너무 서러워서였는지,이제 와선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 날, 내가 배달을 간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온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학생, 이 일 말고 공부에나 집중해.
어린 애가 무슨 가스통을 저렇게 나르고 다녀… 안쓰럽다…”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게 내 학교예요.” “이게, 내 공부입니다.”
내게 세상은 먼저 버텨야
그 다음에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무대였다.
눈치를 봐야 하고, 굽혀야 하고 욕을 들어도 웃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오토바이는 내 친구였다.
작고 빠르며, 가난을 잠시 잊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하지만 등에 실은 현실은 늘 내 속도를 잡아당겼다.
가스통을 싣고 달리던 그 몇 년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넘어졌고,
몇 번이나 핸들에서 손을 놓고 싶었다.
그런데도 또다시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여동생의 도시락통 속 반찬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밥상이 되기 위해, 나는 달렸다.
어른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되어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