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 처음 느낀 음식의 따뜻함

by 콩가루두스푼

친구도 많이 없던 나는 집근처에 있던 성당 안에 있는 놀이터를 가끔 가서 놀곤 했다.

어느날은 또래 친구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같이 놀게 되었는데

나는 친구에게 조그만 두발 자전거를 빌려 미끄럼틀 위로 올라섰다.

“자전거로 미끄럼틀을 내려가면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겠지?”

라고 혼자 생각하며 자전거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빠르게 내려오다 마지막에 하늘로 붕~ 떴다가 자전거와 함께

나는 모랫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그 작은 몸이 모랫바닥에 등으로 바로 떨어졌다. 그 충격은 너무도 컸다.

순간 세상이 노랗게 되는 것을 느꼈고 심장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고 귀에도 소리가

멀어지는 듯 했다.

떨어진 충격으로 심장에 무리가 가서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은 듯 했다.

몇 초 후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는 듯이 다행히도 내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의식이 곧바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 주변으로 모르는 친구들이 둘러싸서 나를 바라 보고 있었고 나는 누운채로

씨익~ 하고 미소를 지으며 모래를 털고 일어났다.

가슴이 조금 답답하고 아팠지만, 아픈 척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도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할 사람도 없었고

말을 해도 걱정할 것 같은 어머니만 있었기에 굳이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날도 아버지는 집에 없었다.
아마도 도박장에 있었을 것이다.
노상에서 구두닦이 일을 하시던 어머니는 일을 끝내고 돌아와서 조용히 나를 불렀다.

그리고, 여동생도 불렀다.

“우리… 짜장면 시켜먹자.”

어머니는 늘 아버지 눈치를 봤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없는 날,
우리 셋은 비로소 잠시나마 ‘가족’이 될 수 있었다.

그날 우리 셋은 동네에 있는 작은 중국집에 짜장면 세그릇을 주문하고 기다리며 불안에 떨었다.

혹시라도 먹다가 아버지가 집에와서 보면 "돈이 어딨다고 너희들끼리 맛있는거 오손도손 처먹었냐?"

우린 모두 맞을 수도 있었다.

"아빠한텐 말하지 말자."

어머니가 말했다. 곧 배달이 도착했고 어머니와 우리는 웃으며 문을 열었다.
우리는 작은 밥상 앞에 조용히 앉았고, 곧이어 자장면 세 그릇을 놓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가슴이 조금 아프고 답답했지만,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릇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검은 소스에 찰랑거리는 면발.
오랜만에 맡아보는 진한 냄새.
젓가락으로 비벼 입에 넣었을 때,
그건 세상의 어떤 음식보다도 달았다.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여동생은 두 눈을 반짝이며 짜장면을 먹었고 어머니는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며 웃고만 계셨다. 그리고 나는 알아차렸다. 우리가 어머니의 자장면까지 덜어서 거의 다 먹어버린 것을..

어머니는 그날, 한 입도 드시지 않았다.

우리 둘이 먹는 걸 보고,
그걸로 배를 채우고 계셨던 것이다.

“맛있어?”
“…응. 진짜 맛있어.”
“그래… 그럼 됐다.”

그렇게 다먹고 빈그릇은 옆집 문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우리집 문앞에 있으면 분명 혼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날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았다.
크고 거칠고 굳은 살이 박힌 따뜻했던 그 손, 삶의 어떤 순간보다도 분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자장면 한 그릇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려준 음식이었다.

세월이 흘러 나는 더 좋은 것도 많이 먹었고,
더 좋은 곳에도 가봤다.

하지만…
그날의 그 자장면을
이길 수 있는 맛은 아직도 없고 다시 그맛을 느끼게 해주는 자장면의 맛도 다시 보기 어려운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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