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과 삶 사이에서의 결단
갓 20살이 되던 해에 늦은 여름밤 이었다.
세상은 조용했고, 늦은 밤의 차가운 공기가 귓가를 스쳐갔다.
나는 회사를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낙동강을 향해 나는 오토바이로 달리고 있었다.
이곳은 부산의 끝자락이었다. 낙동강이 끝나고 바다가 만나는 지점. 내인생의 끝자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겹쳤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멀어지는 듯한 착각 속에서,
엔진 소리만이 유일하게 나의 심장을 대신 두드리고 있었다.
그날 나는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해서 돈을 벌어도 생활은 도태되었고, 가정 형편은 여전히 막막했다.
어릴 적부터 버텨온 고통과 상처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린 게 없다는 현실이 나를 짓눌렀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도박 빚으로 나에게 더욱 큰 부담과 어려움을 쥐어 주고 있었다.
‘이제 다 끝내버릴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만큼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해방처럼 느껴졌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나는 낙동강 다리 위로 내달렸다. 가속을 올렸다.
고속코너에서 오토바이 바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높아졌다.
손에 땀이 차고, 눈앞이 점점 흐릿해졌다.
‘이대로 강물에 몸을 던지면, 모든 게 끝나는 걸까?’
하지만... 그 찰나, 문득 여러가지 생각이 주마등 처럼 지나며 떠올랐다.
내 어머니 그리고 어린 시절, 자장면을 먹던 나와 여동생.
아무 말 없이 눈물 흘리던 어머니의 표정,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며 숨을 헐떡이던 내 모습,
기름 묻은 손으로 밥을 먹던 그날들, 힘들게 기술을 배워온 날들까지..
‘이렇게 끝내면 안 되잖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 손이, 내 다리가 떨렸다.
그리고, 나는 브레이크를 잡았다.
급정거한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며 한쪽으로 비틀거리다 넘어졌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헐떡였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래... 죽을 각오로 한 번 살아보자.”
어차피 해보고 안되면 그때 또 죽어도 된다.
그렇게 나는 거기서 혼자 원없이 울었고 마음이 다시 홀가분해진 기분이 었다.
그날 밤, 나는 진짜 죽으려다, 처음으로 진짜로 살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날 다시 태어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오토바이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 존재였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이루어주는 존재였다.
“달리고 싶어? 알았어 그럼 달려줄게” 라고 말하는 듯한 정말 고마운 존재.
나를 어디로든 자유롭게 데려다 주는 고마운 존재.
그 이후로도 내겐 언제나 오토바이가 함께 했고 내인생은 곧 오토바이가 되었다.
나는 내 인생을 달리는 인생 라이더로 거듭나게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