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만족도 조사해보았지요? 짜증 나게 이런 거 왜 하나 싶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이때 모든 한을 다 풀어놓기도 하고, 또 이때를 빌어 선생님께 몰래 감사를 전하는 학생들도 있구요. 저는 사실 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학생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니 학생들은 제가 학생들의 마음을 많이 이해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들을 많이 해서 좋은 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평은 “선생님 피피티는 정말 병맛인데 자꾸 중독돼서 이제 너무 좋아요.”였답니다. 제가 학생 때 배운 피피티 기술로 피피티를 만들었더니 요즘의 세련된 피피티에는 절대로 쓰지 않는 삐~용, 탁. 탁타 타닥, 짝짝짝짝~ 하는 옛날 피피티 소리 효과를 넣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피피티가 너무나 저의 생각의 흐름대로 되어 있어서 다른 선생님들께 파일을 드려도 아무도 못 쓰더라구요. 하지만 조금 세련되게 바꾸어 보아야겠다고 생각 중이에요. ㅎㅎ
2017년은 저에게는 학생 만족도 조사 최고의 해였어요. ‘바라는 점’은 몇 개 없었지만 전부 ‘지금처럼만 있어주세요.’ 같은 내용이었구요, ‘좋은 점’이 장장 일곱 페이지에 걸쳐 있었거든요. 제게는 힐링 메시지들이었지요. 그 내용 중에 가장 많은, 그리고 가장 가슴을 울린 내용은 “좋은 어른으로 옆에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어른이 될게요.”였답니다. 저는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그걸 붙들고 울었어요. 저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거든요. “잘 살아왔어요.”하는 칭찬이 제게는 “좋은 어른이에요.”라는 말이거든요.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꿈이 있나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직업을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직업도 천편일률적일 때도 많구요.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교사가 될 거예요, 정보 보안가가 될 거예요... 저는 그런 것은 꿈이 아니라 진로희망이라고 말해주어요.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만큼 큰 것이어야 하고, 그래서 이루고 싶은 간절한 것이어야 하고, 하나 더하여서 여러분의 꿈이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저는 늘 제 꿈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교사가 되어서도 늘 말했어요. 사람들은 제 꿈이 허황된 것이라거나 뜬구름 잡는 것이라고 평가할 때가 많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 혼자서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을 만날 수 없지만 많은 어른들이 공감하게 되면, 그러니까 아주 많은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어린이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실천하게 되면 꿈은 조금씩 이루어질 테니까 말이에요. 비단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어린이가 행복해지지는 못할지라도 시나브로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실천된다면 언젠가는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그 날이 오지 않을까, 또 모든 어린이가 행복해진다면 어른들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꿈꾸어 봅니다.
제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우선은 가난한 지역의 어린이들,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 어린이들에게 재정적인 지원과 정서적인 돌봄과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이 이루어지려면 행동이 필요하겠지요? 꿈은 커도 실천은 작은 것부터 하고 있어요. 후원 단체를 통해 가난한 지역의 어린이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인 후원을 하고, 내가 만나는 어린이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학교에서는 제가 만나는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한 저만의 프로젝트가 학생들 몰래 시작된답니다. 그리고 꽤 많은 학생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졌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만난 여러분들도 조금 더 격려받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사회의 작은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환경을 위해 종이컵을 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구요, 매달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는 일일 수도 있구요, 아기들을 잘 키우는 부모가 되는 것일 수도 있구요,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공감해 줄 수도 있지요.
저는 많은 학생들을 만났고, 그래서 알고 있어요. 여러분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들을 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러니 잘 살아왔다고 격려하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꼬옥 안아주고 싶어요. "수고했어요. 잘 살아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여러분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하며 더욱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각자의 방법대로 좋은 어른이 되어갈 때, 어린이 때의 그리고 청소년 때의 생각들과 감성들을 잊지 않고, 어린이들의 마음에 조금 더 공감해주었으면 해요. 더 어리고 더 여리기에 더 큰 사랑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해주는 좋은 어른이 되어주기를 부탁해요.
잘 살아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 거예요. 우리가 서로 “잘 살아왔어요.”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좋은 사회를 더불어 만들어 갈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