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많은 일들이 쌓여 현재를 만들었듯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재의 시간들이 쌓이면 미래가 오겠지요. 그래서 현재를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지금의 삶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습니다. 너무 앞날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또 그 반대로 앞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살지도 않고, ‘지금’을 좋은 태도로 잘 살아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그것이 우리가 받은 가장 큰 선물(present)입니다. 그리고 지금 같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지요. 늘 당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다른 사람의 인생도 소중히 여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이지요. 그리고 실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상처를 가지고 있답니다. 각자가 받은 상처가 모양도, 크기도 다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상처가 있고, 상처를 건드리면 아프답니다. 어리다고 상처를 받지 않거나 상처가 더 작은 것은 아니에요. 마음의 상처를 결코 아무것도 아니라고 넘겨버리면 안 됩니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구요. 우리는 모두 상처 받기 쉬운 존재들이니까요. 다만 서로 상처를 받을 수도, 줄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조금씩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답니다. 아침 일찍 등교를 하교, 등굣길에 교복을 잘 입었는지 누군가에게 검열을 당해야 하고, 쉬는 시간 10분 동안 화장실을 가고, 교실 이동을 하고, 보건실도 다녀오고, 매점도 다녀와야 하지요. 점심시간에는 식당에서 긴 줄을 서서 겨우 밥을 먹구요. 하루 종일 딱딱한 의자에 앉아 6~7교시의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고정된 책상과 의자가 있는 교실에서 강의식으로 진행이 되지요. 수업이 끝나도 방과후학교, 동아리 활동 같은 것을 하느라 바쁘고, 학원도 가야 하구요. 친구들이랑 휴대폰으로 잠깐 연락을 하고, 과제를 하고 나면 잠을 잘 시간도 없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만 힘든 것은 아니지요. 학교 밖에서는 같은 일을 해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때가 많고, 똑같은 일을 했는데 급여가 더 적을 때도 허다하고, 그나마도 급여가 밀리고 못 받을 때도 많지요. 마땅히 놀 거리도 없고, 놀 곳도 없고,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들에서 너무 떠든다는 눈총을 받으며 신경 쓰지 않는 척 앉아있을 밖에요.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어른을 위한 공간도 많지만 청소년을 위한 공간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도 시간을 내기도 참 어렵구요.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힘들게 살고 있다고 인정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부모님은 마치 청소년기를 겪지 않은 것처럼, 나만 유난스러운 청소년인 것처럼 생각하시지요. 선생님도 몇몇 친구들의 편이기만 하거나 우리의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 못 할 때가 많아요. 우리에게는 또래 친구밖에는 편이 없지만 때때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것 같은 시간들을 보내야 합니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청소년기를 보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오랜동안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었고, 또 나를 이해해주지는 못 해도 우리를 사랑해주는 선생님들을 만나 운이 좋은 편이었지요. 그때에는 그때의 삶이 다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미래는 너무 암울하고, 현재도 우울하고,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을 것 같고,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 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단 한 사람은 나를 이해할 가능성이 있었고, 내 삶의 변화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 있었더라구요.
그것은 ‘나’입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때에도 나는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용납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저는 청소년기에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여러분은 나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는 아직 성장하고 있기에 점점 더 멋지게 변화할 거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삼십 대 후반이 된 저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변하게 돼요. 좋은 생각을 하고, 나 자신을 믿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멋지게 변화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안타까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납니다. 때때로 그중의 일부는 청소년기를 다 보내지도 못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 친구에게 가장 힘든 일은 아마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라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서요. 마지막까지 외로웠을까 봐 마음이 시립니다. 나 스스로가 나를 가장 많이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때때로 정말 힘든 그 순간에는 옆에 있는 누군가의 손길이, 온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손을 내밀어도 괜찮답니다. 손을 내미는 것 까지는 어렵다면 그저 옆에 앉아 있는 것 정도는 할 수가 있겠지요.
우리가 함께 걸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시기를 홀로 이겨내지 않고, 상처가 많은 우리들끼리, 힘든 우리들이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어둡고 무서운 길이어도 친구가 있으면 무섭지 않으니까요. 아주 조금만 용기를 내어서 옆에 와서 앉아주세요. 상담실에 찾아와서 그냥 차 한 잔 마시러 왔다고만 해주세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기억해주세요. 때때로 내 친구들이 나의 이야기를 다 이해 못 할 때에 친구들보다 조금 더 마음 넓은 어른이 내 주변 어딘가에는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우리, 함께 걸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