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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삐~삐~삐~딕

by Kyuwan Kim

좋았던 공연에 대해 여기저기 사적인 글을 쓰다보니 가끔씩 극단의 초대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보게된 공연.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모비딕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라니! 그런데 천페이지에 육박하는 원작 소설을 60분동안 그것도 배우 한 명이 공연한다는 말을 듣고 재기 어린 젊은 배우의 소극이려니 했다. 결과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훌륭한 공연이었다. 원작과는 조금 다르다는 전단지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연극의 큰 줄기는 소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 명의 배우는 이슈마엘과 에이합 선장의 역할을 오가며 흰 고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모비딕을 잡겠다고 선원들을 몰아가는 에이합의 목소리 사이사이에 연극하며 살아남겠다는 젊은 배우의 단단한 다짐과 각오가 짠하게 묻어난다. 플라스틱 상자와, 다양한 모형, 물을 이용한 아이디어도 재미있었고, 스크린 전면에 펼쳐진 바다의 이미지와 고래의 음향은 소극장 무대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넘는 것이었다. 단 60분 동안 대학로 소극장에서 모비딕을 만나보시길. 12/22일까지 홍해성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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