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추워?" "아빠 자~(여기)" "코자(따뜻하면)~"
나는 추위를 너무나도 싫어한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윤서가 따뜻한 말과 함께 무언가를 건네 준다
.
먹는 걸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내가 음식을 먹으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우리 딸은 굉장히 단호해진다
갑자기 눈빛은 레이저로 변한다
손짓은 행사용 에어 인형이 "드루와~"를 수없이 반복하는
로봇처럼 변한다 언제까지? 자기 입에 음식이 투입되기 전까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먼저 건넨다 작은입으로 내 지분의
10%를 빼앗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
하지만 그런 엄격함은 아빠한테만 허용된다
자신이 음식이나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 항상 나눌 준비를 한다
조금씩 떼서 아니면 조각내어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나눈다
그리고 뒤돌아 셀프로 "고마워~"를 외치고 쿨하게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허허.. 나 ... 참" "귀여운 녀석..ㅎㅎ"
.
아빠는 알뜰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나누고 베푸는 것에 상당히 인색한 사람이었다
주지도 받지도 피해를 주지 않는 그런 냉혈한 인간
지금 생각해도 난 참 이상한 것도 같다
.
이제 어딘가를 가거나 누구를 만날 때 마음만큼은 아니지만
소박한 선물 꾸러미와 빵 한 조각도 나눠먹는 그런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웃고 떠들다 집에 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고 녀석 때문에.. 또 많이 변해버렸네.."
.
일상의 곳곳에서 누군가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정말로
몰랐다 하루하루는 정말 고달프고 슬펐는데 돌아서 보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가득했던 그녀와 보냈던 10번의 겨울날의 추억
추위를 유독 견디지 못하는 아빠와 겨울에도 늘 덥다고 이불을
던져버리는 추위에 강한 우리 딸 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온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 주는 나의 꺼지지 않는 사랑의 용광로 같은
뜨거운 내 심장 조윤서
.
일주일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잘 살아나간다 주말이 되면 분홍색이
가득한 너의 방에 손끝을 가리키며 윤서와 마주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얼굴에서 빗방울이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다
왜 그런 걸까?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 우리가 이별한 지 반년이란
시간밖에 되지를 않아서 그런 걸까?
그건 나와 아내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제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졌나 보다.. 잘 사네? 그럴수록 잘 이겨내야지?
내 마음속 요동치는 눈 폭풍은 모른 채 나를 그들 스스로 보편화하며
오류 속의 범주 속에 넣어버리려고 하는 불편한 사람들
.
그 안에서 배우고 느끼며 백신이 없는 이 힘듦의 강도를 누군가에게
주지 않으려 기록하고 되뇐다 마음속 악한 덩어리들은
심장 한편에 준비된 뜨거운 분리 수거장에서 새로운 긍정의 에너지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얼른 식기 전에 따듯한 온기를 함께 나눈다
.
돌이 지나 두개골 유합증 수술을 한 덕분에 우리 딸은 동그랗고 예쁜
두상을 가졌다 어릴 적엔 슬펐지만 커서 보니 윤서는 세상 어떤
모자든 합하게 소화했던 능력자가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머리에 쓰는 걸 정말로 불편해했던 그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어붙은 것만 같은 나에게 오늘 밤엔 따뜻한 우리 딸의 손길이
잠시나마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 아빠는 그저.. 오늘도 한자 한자
적어놓고 기억하고 슬픔은 떨쳐내려 애쓰고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