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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Oct 07. 2020

이기적인 여자가 되고 싶다.

신랑은 성실한 가장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가장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매일 새벽 6시 30분이면 홀로 알람에 일어나 모두 자고 있는 그 새벽 혼자 뚜벅 뚜벅 나간다. 늘 아이들에게 친구같은,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매일을 회사에 나가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와 시간을 가진다. 



신랑의 일은 크게 낮 시간은 회사 업무, 저녁 시간은 메인 요리와 아이들과 놀아주기 이다. 나의 일은 첫째 등하원, 둘째 돌보기, 설거지, 청소, 빨래 이다. 틈틈히 낮 시간에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하려 하지만, 아이들이 병원에 가거나 일이 생길 때, 둘째가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저녁 시간이 필요한 날이 종종 있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아이들이 아빠랑 잘 놀고 있으니 틈새를 공략해서 연필을 들었던 시간.



신랑은 그런 나를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또?' 라고 물었다. 평소 같으면 슬금슬금 가서 애를 보았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신랑에게 한마디 대꾸를 하고 싶었다. '당신은 우리 딸도 나처럼 살았으면 좋겠어?' 라고 말이다. 그는 전혀 망설임없이 '그건 아니지'라고 대답한다. 그의 너무나도 솔직한 대답이 오히려 나의 의지를 더 북돋아주었다. 



신랑이 한번 차를 타고 가다 진지하게 나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라고 편이라고 말했다. 보통의 나는 스스로 착하다는 생각 속에 갖혀 살았기 때문에 그런 부정적인 단어들을 들었을 때 바짝 움츠러들거나, 혹은 꿈틀하며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게 움츠러들기도, 꿈틀하기도 싫었고, 내가 그렇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나의 꿈을 고집하고 나의 삶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에 비추어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제는 인정한다. 하지만 난 시대가 지나고 우리 딸이 나와 같은 삶을 맞이할 30년 후에는 그 프레임이 '이기적'이라는 것보다 '자존감이 강하며 당당한, 열정적인, 자신의 삶에 충실한'이라는 프레임으로 비춰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나는 충분히 이기적이고 개인적이고 싶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 속 스타 강사 김미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양장점 엄마의 딸로 자라왔기에, 여자이지만 성실하고 꾸준히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말이다. 그리고 본인도 늘 일하는,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강사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기에, 본인의 딸은 기본적으로 엄마인 자기와 최소 같거나 더 나은 삶을 살게 될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엄마의 뒷모습은 딸에게는 인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나도 우리 딸이 나를 '베이스먼트'라고 생각하고 최소한 그 발판 위에서 시작하였으면 좋겠다. 이기적으로 자신의 삶을 세워나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삶에 끌려가거나, 누군가의 삶에 기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일구어나가 본인의 재능을 맘껏 펼치는 행복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소 이기적일지 모르는 노력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가정에, 그리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 어쩌면 그것은 곧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 속에서 반드시 증명되는 한 가지는 우리의 삶은 자유와 평화, 궁긍적으로 우리가 갖고자 하는 가치를 향해 우상향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 우상향의 역사를 진심으로 믿는다. 그리고 엄마와 나, 딸로 이어지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나의 이기심이라 불리는 나의 인생을 찾는 일이 언젠가 여자의 역사에 한 줄이라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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