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동문이자 존경해 마지않는 기업가인 Y 대표. 미국에서 유학할 때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는데 그때 우리 서현이랑 뒤뜰에서 함께 뛰어놀던 그 집 딸아이가 벌써 스무 살이 되었단다. 세월 참. 하긴 우리 서현이도 벌써 한국 나이로 19살이 되었으니… 그런 Y 대표가 최근에 자신의 블로그에 딸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라며 ‘인생 교훈 20가지 (부제: 대놓고 꼰대 짓)’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무척 마음에 와닿았다.
그가 말하는 교훈 20가지도 공감 가는 것이 많았지만, 그보다는 성인이 되는 딸에게 아빠가 자신이 배운 인생 교훈을 정리해서 생일선물로 준다는 콘셉트가 너무 좋아 보였다. Y 대표가 훌륭한 사람인 줄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런 선물을 달라고 한 그 집 딸아이도 참 훌륭하게 잘 컸다 싶었다. 그나저나 우리 서현이가 만약에 나한테 그런 선물(?)을 달라고 하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 줄까?
사실 내가 브런치라는 것을 시작한 것 자체가 원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회사의 부하직원이나 주변의 직장인 혹은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형태로 조언을 줄 기회가 많은 반면,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해 줄 수 있는 기회는 과연 언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왠지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는 다 잔소리 같고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남들에게는 정성을 다해 해 주는 조언을 우리 아이들에게만 해 주지 않으면 그것 역시 뭔가 이상한 것 같고…
이런 내 나름의 소심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이렇게 써 두면 언젠가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라도 읽지 않을까? 그리고 ‘아, 우리 아빠는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는 때가 언젠가 오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바램… 그렇다. Y 대표처럼 ‘대놓고 꼰대 짓’은 못할지언정,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인생 교훈을 이렇게라도 풀어보자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썼던 글들에서 몇 가지를 추려서 내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인생 교훈 10가지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보고 있니? 서현아, 서준아.)
[Chapter 1. 일하며]
1. 자신감: 자신감을 잃으면 게임 끝이더라. 필요하다면 없는 자신감도 끌어모아야 한다. <반짝이는 눈>
2. 자기주장: 나의 존재가치는 내가 나만의 어떤 새로운 생각을 보탤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제발 지시를 좀 해주십시오>
3. 전력투구: 성취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친 듯이 도전해야 한다. 쉬엄쉬엄해서 되는 일은 잘 없는 것 같더라. <워라밸>
4. 엉뚱함: 가끔은 엉뚱한 일을 저질러 보는 것도 괜찮다. 뭔가를 배우거나 느낄 가능성이 있고, 아니어도 훗날 최소한 좋은 추억은 되더라. (다만 엄청나게 큰 사고를 치는 건 곤란하다.) <출장을 대하는 자세>
[Chapter 2. 살며]
5. 관찰: 첫인상이란 종종 부정확한 것이더라.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내성적인 그대>
6. 이해: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진실’이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만의 진실은 무엇인지 헤아려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예의>
7. 공감: 사람은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대체로 싫어한다. 어쭙잖은 훈수를 두려고 하기보다는 공감해 주고 공감을 얻으려고 하는 편이 더 낫다. <꼰대 vs. 아재>
[Chapter 3. 사랑하며]
8. 자존감: 남들이 나를 알아봐 주길 기대하기보다는 자기가 먼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미움받을 용기>
9. 감사: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은 행복해지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이다. <세계 행복 보고서>
10. 표현: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정표현을 아껴서 남을 건 후회밖에 없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줘야 한다.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더라. <좋은 이별>
(하나 더) 부모: 무엇보다도 너희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걸 살면서 절대 잊지 말거라. <준비 안된 아빠>
(2019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