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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Feb 27. 2023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2023년 2월 26일 (일요일), 맑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어머니가 나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 주셨던 말이다. 그 말에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일까?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포기하라’는 말을 하면 그것이 그렇게 듣기 싫을 수가 없다. 그리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보다 더한 분들을 요즘 많이 만난다. 바로 업계에 계시는 창업자분들이다. (내가 만나는 업계의 대표분들은 대부분이 창업자이고 나처럼 중간에 영입된 경우는 드물다.) 이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DNA 같은 것이 있는데 바로 지극히 높은 수준의 낙관주의 성향이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긍정심리학의 대가이자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이론으로도 유명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교수에 따르면 낙관적인 사람일수록 해당분야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라는 개념을 통해 낙관주의적 성향도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설파했는데, 예컨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에 그것이 영원하기보다는 일시적인 것이며 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고 자기 스스로에게 암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애플(Apple)의 창업자인 스티브잡스(Steve Jobs)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마저도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이를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이라고 불렀다. 어쩌면 현실왜곡장을 경험하는 것도 일종의 낙관주의 학습은 아니었을까?


벤처기업에 와서 일하다 보니 예전에 큰 기업에서 일할 때보다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전파해야 할 경우가 훨씬 잦다. 크고 안정적인 기업에 비해서 작은 회사는 아무래도 불확실성에 취약한 만큼 직원들이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Hope is not a strategy)’라는 말처럼 낙관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일이 잘 풀릴 경우뿐만 아니라 안 풀릴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앞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Plan B, C, D를 생각하며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가끔은 나도 진짜 내가 믿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헷갈릴 때도 있다.




세계적인 기업 디즈니(Disney)를 일군 월트 디즈니는 그 자신이 몽상가(dreamer)였지만 그의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주의자(realist)와 비평가(critic)라는 또 다른 역할들도 필요하다고 했단다. 그래서 이들의 각기 다른 사고방식을 순서대로 써가며 전략을 가다듬는 것을 ’디즈니 방식 (The Disney Method)‘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서대로’이다. 몽상가 모드에서 이야기해야 할 때 혼자 현실주의자의 자아를 입거나, 비평가 모드에서 이야기해야 할 때 몽상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가끔 내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은 내가 몽상가 모드와 현실주의자, 비평가 모드를 동시에 뒤죽박죽 섞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조성모의 노래 <가시나무> 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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