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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Mar 31. 2023

잘 나가던 경쟁사가 파산했다

2023년 3월 31일 (금요일), 맑음

“깨톡!”

전부터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서 아침 일찍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미국 현지시각으로 어제 아침 OOO분야 선두기업인 미국의 C사가 파산신청하였습니다. 관련하여 간단한 코멘트를 좀 받아볼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새벽에 잠을 깼다가 습관적으로 열어본 뉴스에 ‘C사 파산’ 소식이 있길래 화들짝 잠이 달아났던 터였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나름 유명하고 잘 나가던 회사들의 감원, 해고, 파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C사 역시도 지난해 내내 주가가 폭락한 데다 자금사정도 좋지 않다고 들어서 회사가 힘들겠거니 생각은 했었지만 그렇다고 파산까지 할 줄이야. (‘브루투스 너마저…’)




요즘은 외부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거의 항상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말까지 살아남는 회사가 반도 안될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들도 한다. 공식, 비공식 모임이나 행사에서도 주고받는 덕담은 대부분 한결같이 ‘지금의 혹한기를 잘 버텨내시라’이다.


둘러보면 중소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고 특정 업종만 그런 것도 아니다. 간밤에 올라온 국내 뉴스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상장사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고 하고, 밤새 바다 건너에서 들려오는 뉴스에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나 아마존(Amazon) 같은 거대 테크기업들의 대량해고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작금의 경제 위기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라는 얘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한국 미국도 가리지 않고, 업종도 IT와 바이오를 가리지 않는다.


거시경제에 통달한 분들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세계경제가 이렇게 요동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참 세상은 예측불가한 것 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3년 전에 갑자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집어삼킬 줄 누가 알았으며 (물론 전염병의 대유행을 오랫동안 경고해 온 분들은 많이 있었다고 한다), 또 그 영향이 3년이나 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코로나로 전 세계가 봉쇄되면서 모든 경제지표가 한순간에 최악으로 치닫다가, 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유동성 때문에 모든 것이 일순간에 반등해서 갑자기 경제에 거품이 낄 줄은 또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의 멀쩡한 도시들이 난데없는 폭탄 세례로 초토화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또 이 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던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가 망가지고 그 바람에 전 세계 곡물가격과 세계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르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이 모든 나비효과의 끝에 세계적인 기업들이며 은행들마저 휘청이게 될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예측불가능한 세상을 지칭할 때 쓰는 ‘VUCA’라는 용어가 있다. Volatility (변동성), Uncertainty (불확실성), Complexity (복잡성), Ambiguity (모호성)의 머릿글자를 딴 단어인데 요즘 시대에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하고 복잡 다양하고 모호한 세상.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이 말이 만들어진 것은 지금부터 무려 40년 전인 1980년대 중반이라는 것이다. 그 시대에도 ‘요즘 세상은 참 예측하기 힘들고 불확실하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하기야 따지고 보면 언제인들 그러지 않았으랴.


돌이켜보면 나도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무렵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황당함이란... 2000년대 초반에는 소위 ‘닷컴버블(dot-com bubble)’이 꺼지면서 난생처음 해본 투자에서  돈을 다 까먹기도 했다. 그 무렵 ‘바이코리아’ 펀드 안 사본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그리고 미국에서 막 취직해서 자리를 잡아가던 2000년대 후반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가 터져서 집값이 폭락하고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를 포함해서 수많은 유력 은행들이 망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나는 그때 미국에서 집을 한번 사볼까 하고 계약직전까지 가기도 했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었다.


어쩌면 우리는 항상 지금이 제일 중요하고 그래서 지금이 더 힘들다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지금만 힘든 것은 아닐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지금’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행여나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크게 낙담하고 마음이 쪼그라든다면 일단 하루하루 살아내어 보라고 다독거려 주고 싶다. 결국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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