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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Feb 12. 2023

’What-the-hell 효과‘를 예방하는 법

2023년 2월 11일 (토요일), 짙은 안개

지난주에 오랜만에 임원급 연구원분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렇게 다 모여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사람 좋은 J 박사님이 식사 중에 사람들의 잔이 비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바로바로 병권을 쥔 K 박사님에게 빈 잔을 배달(?)해서 사람들의 잔을 채워주기에 내가 농담을 건넸다.


"박사님, 빵셔틀 같으세요. ㅎㅎㅎ"


빵셔틀 이야기는 이내 학교폭력을 주제로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이어졌고, 이는 또 다른 핫한 넷플릭스 프로그램인 "피지컬 100"으로 옮겨갔다. 중장년 임원들이 모여서 떠드는 수다의 수준도 별거 없다 ^^.


“피지컬 100”의 몸짱들 이야기를 하던 중에 Y 박사가 나더러 J 박사님의 몸을 한번 만져보라고 한다. 요즘 한창 운동에 재미를 붙여서 몸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J 박사님도  팔에 힘을 잔뜩 주면서 만져봐도 괜찮다는 표정을 건넨다.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꾹 찔러봤더니 제법 단단하다. 내친김에 가슴도 만져봐도 된다고 하는데 민망해서 차마 그렇게는 못했다.


저녁이 대충 끝날 무렵 이번에는 P 박사님이 실은 저녁에 PT(Personal Training)를 예약해 두었다며 먼저 일어나겠다고 한다. Y 박사에게 소개받은 퍼스널 트레이너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중년의 아저씨들, 다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나 보다. 좋은 일이다. 의외다 싶으면서 자극도 되었다.




"What-the-hell effect"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번역하면 "에라-모르겠다 효과" 정도 되려나? 사람의 의지력(willpower)이라는 것은 유한한 것인데,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과 육체적인 에너지를 쓰는 일이 똑같이 이 제한된 의지력을 소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몸을 많이 쓰거나 정신을 많이 써서 의지력이 고갈된 상황에서는 사람이 어떤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기보다는 '에라 모르겠다 (what the hell!)'라는 심정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유명한 미래학자이자 저술가인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가 쓴 <When>이라는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정도나, 회사에서 임직원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정확도, 판사들이 내리는 판결의 성향 등 다양한 것들을 시간에 따라 추적해 보면 거의 대부분 공통적으로 오전에는 좋다가 에너지가 점차 소진되는 늦은 오후로 넘어갈수록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짧은 낮잠도 있다.) 운동으로 키운 체력은 단지 육체적인 에너지뿐만 아니라 정신적 에너지로도 쓰일 수 있는 의지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참 신기하게 연결되어 있다.


동료들에게 자극받은 김에 나도 이번 주말에는 마냥 뒹굴거리는 대신 아파트 헬스장에 가서 땀이라도 좀 흘려야겠다. ‘체력은 국력’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능력이자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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