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태진 Feb 14. 2023

경력이 없는 사람도 누군가는 뽑아줘야 한다

2023년 2월 13일 (월요일), 흐림

서울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특히 멀리 대전까지 와서 나를 찾아줄 때는 더더욱.


업계에서 만난 후배인데 나처럼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다가 바이오텍으로 자리를 옮겨 잡은 경우이다 보니 공통의 관심사가 많다. 작금의 어려운 경제환경과 전망이며, 글로벌 기업과 바이오벤처의 차이점, 기업문화의 중요성과 MZ 세대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 등등.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습니다.”


이야기 중에 그가 툭 내뱉은 말인데, 머리에 콕 박혔다. 사람은 많은데 원하는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은 잘 없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경영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운 느낌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일에 사람을 필요로 할 때, 해당 직무에 이미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하고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자리에 처음부터 딱 맞는 경력자를 찾아서 투입하려 한다면 이는 힘들기도 할뿐더러 단점들도 있다. 예컨대 경력자는 비싸거나 회사와 안 맞을 가능성이 있고, 타성에 젖어 새로운 시도 따위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는 해당 직무에 경험은 없거나 적지만 관심과 열정이 많고, 또 새로운 업무를 빨리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사람을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적절한 직무 교육과 코칭을 on the job training과 병행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해 매출이 20조 원이 넘어 세계에서 최고로 많이 팔리는 약이 된 ‘키트루다(Keytruda)’라는 항암제가 있다. 이 약은 처음 개발했던 회사가 다른 회사에 팔리고, 그 회사마저 다시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마치 골동품처럼 파묻혀 있다가 폐기처분될 운명에 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약의 잠재력을 믿어준 사람들 덕분에 우여곡절 끝에 적극적인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서 지금과 같은 세계 최고의 약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인재를 발굴해서 성장시키는 것도 우리가 하고 있는 신약개발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잠재력을 가진 좋은 후보물질(초보)에게 잘 맞는 적응증(직무)을 찾아주고, 효율적인 비임상, 임상시험(훈련)을 거치게 해서, 최종적으로 훌륭한 신약(인재)으로 거듭나 세상에 빛을 비추게 하는 것.


물론 경력자가 꼭 필요할 경우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 경력자도 처음 그 업무를 배웠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그의 잠재력만 믿고 그에게 ‘베팅(betting)’을 한 누군가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나도 많은 직무를 겪어봤지만, 대부분 해당 직무 경험이 없음에도 나를 믿고 맡겨준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 일을 경험해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어쩌면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기보다는 “사람은 많은데 사람 보는 눈이 없다”가 더 맞는 말일 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