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0일 (금요일), 맑음
“이런 게 인스타 감성이지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카페. 함께 음료를 마시던 일행 중 한 명이 말했다. 낡은 벽채와 녹슨 철제기둥 등을 그대로 노출시켜서 폐건물 같은 느낌이 들지만 곳곳에 커다란 통유리창이 더해져서 묘한 세련미가 느껴지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카페를 가득 채운 젊은이들은 음료를 앞에 두고서 이리저리 사진 찍기에 바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한국의 인구감소도 어쩌면 인스타 때문이에요.”
뭐라고요? 다소 과격하게 들리는 그의 주장에 다들 귀가 쫑긋해졌다. 인스타그램(Instagram)으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멋진 차, 멋진 집, 멋진 음식, 멋진 외모를 너도나도 자랑하고 이를 소비하다 보니, 대중들의 눈높이와 기대치가 비현실적이 되고 결과적으로 실제 그런 삶을 향유할 형편이 안 되는 다수의 사람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심각한 이슈로 떠오른 ‘인구절벽’ 문제의 원흉이 인스타그램이라니. 대단히 급격한 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예쁜 사진 찍기 좋다고 소문난 소위 ‘인스타 맛집’ 중에는 막상 가보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본업에는 충실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 인테리어는 멋지지만 정작 커피가 맛없는 카페, 빵이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빵집, 비싸기만 하고 서비스나 맛은 꽝인 식당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명 ‘인플루언서’라며 인기몰이하는 유명인들 중에 알고 봤더니 문제 투성이 인간이거나 인성이 개차반인 경우도 종종 있지 않은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속을 가능성은 우리 주위에 늘 넘쳐난다.
최근에 같은 업계에 계신 분들을 만나 ‘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 특히 그중에서도 신약개발을 추구한다는 회사들 중에는 겉으로 화려한 기업소개자료와 달리 실제 내부의 기술력이나 경영방식이 엉망인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작은 벤처기업들 중에도 있지만, 최근에 ‘제약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며 이 분야에 새롭게 뛰어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결국 겉으로 보이고 들리는 것만 갖고는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내면을 꿰뚫어 보는 혜안, 타인의 가식적인 모습에 나를 비교하지 않는 지혜로움은 비주얼이 넘쳐나는 우리 시대에 더욱 필요한 일종의 초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요새는 왜 이리 반짝거리고 예쁜 것들이 많은 거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