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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Feb 10. 2023

퇴사하겠다는 직원을 보면서 든 생각들

2023년 2월 9일 (목요일), 맑음

퇴사가 대세인 시대. 세계적으로 '대퇴사 (Great Resignation)', '조용한 사직 (Quiet Quitting)' 등의 신조어가 널리 쓰이고, 서점에는 자칭 '프로 퇴직러'가 쓴 책이 인기다. 오늘 아침 SNS에 올라온 어떤 글은 '최고의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던 Google이 최근에 수많은 직원을 이메일 한통으로 단칼에 해고한 것을 비판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는 주장을 펼친다. '회사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필요로 할 뿐'이라고.


나는 이런 생각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기업'은 감정이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사실 우리가 회사에 대해 가지는 다양한 감정의 대상도 따지고 보면 그 실체는 회사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예컨대 내가 몸 담았던 L사는 나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직무를 주며 나를 경영자로 키워주었고, 나는 그런 회사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느꼈었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이 변하면서 나 자신이 전사적인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을 때, 나는 반대로 회사에 대해 엄청난 실망감과 분노를 느꼈다. 그러면 내가 사랑했던 회사가 나를 배신했던 것일까? 그건 아니다. 사실 '내가 사랑했던 회사'는 나의 성장을 진정으로 응원하고 도와줬던 나의 상사와 동료들이었고, '내가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꼈던 회사'는 내게 실망스러운 상황을 초래한 의사결정권자 들일 뿐이었다.


아끼던 직원이 퇴사하겠다고 한다. 회사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고 한다. 그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나름 애써왔던 나로서는 떠난다는 말이 한편으로는 서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것을 잘 알기에 고마운 마음과 앞길을 응원하는 마음도 동시에 든다. 그리고 회사는? 또 대안을 찾을 것이다.


결국 회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어진 일을 잘 해내야 하고, 자기 자신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소위 '프로 일잘러'가 그런 사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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