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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언어로 사랑을 말하다

[가면 속 우리] 2화

by 소설하는 시인과 아나운서

[이태원 새벽 2시. 인파가 빠져나간 거리.
비닐컵이 굴러가고, 불빛은 여전히 깜빡인다.]

윤호 :
“이렇게 조용한 이태원은 처음이네.”

알렉시아 :
“나는, 시끄러운 곳보다 지금이 좋아요.
조용해야, 사람이 들리니까.”

윤호 :
“사람이 들린다?”

알렉시아 :
“네.
사람은… 말보다 숨으로 말하잖아요.”

[윤호가 짧게 웃는다. 담배를 꺼내려다, 멈춘다.]

윤호 :
“너, 배우 하겠다는 애 맞지?”

알렉시아 :
“하려고 해요.
한국 영화, 언젠가.”

윤호 :
“한국어로?”

알렉시아 :
“그게 문제예요.”
(웃으며)
Je parle un peu… mais pas assez pour aimer.
조금 말할 줄은 아는데, 사랑할 만큼은 아니에요.”

윤호 :
“… 사랑엔 번역이 필요 없지.”

[그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본다.
거리의 불빛이 그녀의 피부에 닿는다 — 어둠 속의 따뜻한 브론즈빛.]

알렉시아 :
“당신은… 사랑, 잘해요?”

윤호 :
“영화로는.”

알렉시아 :
“그럼 현실은요?”

윤호 :
“현실은 늘 편집이 안 되더라.”

[잠시 정적. 그녀가 웃는다.]

알렉시아 :
“당신, 영화 속 괴물 닮았어요.”

윤호 :
“누구?”

알렉시아 :
“The Face Remains 마지막 장면.
사랑하는 여자를 놓아주는 괴물.”

윤호 :
“그 괴물, 결국엔 죽잖아.”

알렉시아 :
“그래서 닮았다고요.”

[그녀가 그 말을 던지며, 조용히 다가온다.
두 사람 사이엔 차가운 바람이 흐르지만, 숨결은 점점 가까워진다.]

윤호 :
“이건 위험한 장면이야.”

알렉시아 :
“그럼 컷 할래요?”

윤호 :
“아니. 이건, 원테이크로 가.”

[둘의 숨이 겹친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리고, 붉은 불빛이 스치며 두 사람의 얼굴을 덮는다.]

알렉시아 :
“이 순간, 이름 붙여줄래요?”

윤호 :
“…Take 2.”

[그녀가 웃는다.
그 짧은 웃음 속에 언어의 벽이 무너진다.]

알렉시아 :
“당신 영화, 다시 찍고 싶어요.
나랑.”

윤호 :
“왜?”

알렉시아 :
“진짜 괴물은 사랑하니까요.”

[그 말과 함께, 그녀가 다가와 그의 카메라를 들어
자신 쪽으로 돌린다.]

알렉시아 :
“이제 내가 찍을 차례예요.”

(찰칵. 셔터가 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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