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속 우리] 3화
[카페 한편, 창문 너머로 오후 햇살이 비친다.
알렉시아는 카라멜라떼를 홀짝이며,
윤호의 카메라를 만지작거린다.]
알렉시아:
이거... 오래돼 보여요.
필름 카메라예요?
윤호:
응.
요즘엔 다들 폰으로 찍지만,
난 아직… 필름이 좋아.
실수도, 흔들림도 그대로 남으니까.
알렉시아:
흔들림이라...
그게,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윤호:
그게... 진짜라는 증거니까.
완벽한 건 언제나… 거짓 같거든.
알렉시아:
(카메라를 들어 윤호를 향해)
Alors, laissez-moi capturer votre vérité.
(그럼, 당신의 진실을 찍게 해 줘요.)
[찰칵.
셔터 소리와 함께,
그의 눈동자에 담긴 피로와 설렘이
한 장의 필름에 새겨진다.]
윤호:
(조용히 미소 지으며)
내가 찍는 줄 알았는데…
이젠 네가 나를 찍네.
알렉시아:
Parce que tu m’as vu d’abord.
(당신이 먼저 날 봤으니까.)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맞춘다.
그 사이, 창가로 들어온 햇빛이
두 얼굴을 같은 그림자로 물들인다.]
윤호:
너… 영화에 나왔던 적 있지?
그 눈빛, 익숙해.
예전에… 내 영화 오디션장에 있었던 거 같아.
알렉시아 :
(눈을 피하며)
Peut-être...
(그럴지도요…)
윤호:
(속으로)
그래… 그때 심사위원 자리에서
내가 널 떨어뜨렸지.
“너무 이국적이야.” 그 한마디로.
[짧은 정적. 윤호의 시선이 흔들린다.]
알렉시아:
왜 그래요?
그때처럼…
또 나를 찍지 않을 건가요?
윤호:
아니.
이번엔,
네가 나를 찍어줘.
[카메라를 다시 건네는 윤호.
손끝이 스칠 때, 순간적으로
둘 사이의 공기가 달라진다.]
알렉시아:
(속삭이듯)
Je te vois, Jang Yoon-ho.
(난 당신을 봐요, 장윤호.)
[찰칵.
이번엔 윤호가 웃는다.
그 웃음에는 오래된 죄책감과
새로운 시작의 떨림이 뒤섞여 있었다.]
✒️3화 엔딩 노트
“흔들림도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사랑 역시 필름처럼 —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피어난다.”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