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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가 Jul 21. 2024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계속해도 될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아서

2년 동안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퇴사 후 프리랜서로 독립을 한지 벌써 2년째.

직장을 다닐 때는 잘하는 일을 했다기보다는 단순히 고정 수입을 얻기 위해 해 왔던 일이다. 매일 아침 7시부터 비몽사몽한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내 침대서 몸을 일으켜 출근한 후 회사에 도착해 힘들고 지루한 일들을 처리하고, 내 시선은 하염없이 곧 6으로 향해가는 작은 시곗바늘과 12로 향해가는 긴 시곗바늘에만 향해있었다. 단지 고정 수입 하나만 바라보고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한다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만 여겨져 결국 사직서를 내고 자리를 깨끗이 치운 다음 홀가분하게 퇴사를 하였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이제는 자유로운 프리랜서가 되었다. 집이든 어디든 아무 데서나 일하고 상사 눈치 필요도 없고 마음대로 시간을 쓰며 일하고 있으니, 수입원이 불안정해도 정도는 감당할 있겠지.

20대 중반에 이렇게나 패기 있고 당당했었을 수가.


퇴사 후 프리랜서로만 살아가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자발적으로 모임에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보통 모임에 나온 지인들은 변호사, H회사 마케터, S회사 기획팀 근무 등 명확한 직업을 밝힌다.

그다음 나를 소개할 때가 되었을 때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한다.

프리랜서라고 말하면 나를 백수라고 생각하지 않을지, 집에서 돈을 벌긴 하는데 돈이 안 들어오는 달도 있고 한꺼번에 들어오는 달도 있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수축이 되는 기분.

오히려 프리랜서들끼리 모인 자리에 있는 게 더 편하다.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고정 수입 없이 들쑥날쑥하게 들어오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는 게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 브랜드의 인지도가 점점 떨어지는 걸까. 이제 더 이상 노출이 안 되는 걸까.

외주 작업도 요새는 잘 안 들어오니, 들쑥날쑥하게 수입이 들어오고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라며 고민이 많아진 시기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앞으로 지금처럼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로 돈을 벌어야 할지, 그림 말고 내가 잘하는 걸 '찾아서' 해야 할지 모르겠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직업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주변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을 보면

강사, 직장인, 알바, 육아 등 n잡을 병행하거나 전업으로 외주만 받으며 이 직종을 꾸준히 이어간다.


홍보와 마케팅도 열심히 하며 수준급 실력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넓혀나가는 분들을 따라가기에 외주 하나만 바라보고서 프리랜서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1.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돈이랑 상관없이 즐겁고 좋아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어쨌든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었다. 그러나 돈과 직결 지어서 본업으로 하려니 불안한 수입원으로 점점 그림을 그리는 것의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있었다.

2. 외주를 받아서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굿즈도 만들어서 판매하고, 이모티콘도 만들어 승인된 후 출시하고, 온라인 클래스를 개설해서 강의를 하고, 유튜브로 영상을 찍어 만들어 올리는 등

'프로 n 잡러'처럼 좋아하는 것에 열심히 올인해서 한다면 과연 월급 이상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외주 말고도 다른 영역으로 뻗어나가기도 해야 하는데, 프리랜서는 1인 대표로서 사실 직장인보다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은데 그걸 감당하기가 버겁다.


그래서 '좋아하는' 그림, 일러스트와 별도로 '잘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잘하는 것을 모색해 직업처럼 삼고 싶다.

이제는 잘하는 것이 꼭 그림이나 디자인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사회 초년생이 되기 직전까지의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그림 외에 다른 분야의 일들은

전문적인 수준으로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적당히 잘하면서 좋아하는 일들이었다.

한국지리를 공부하며 한국의 지형을 파악하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었고, 하물며 단순히 통계를 내서 정리하는 일도 좋아했었다.


이제는 그림 말고도 새로운 분야에 눈을 틔였다.

스토리텔링을 하거나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마케팅 관련 책을 읽는 것도 흥미롭다.

사실 이런 걸 새롭게 다시 직업으로 삼으며 당장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차근히 자기 계발을 하면서 준비해 나가려고 한다.

적성에 맞으면서도 적절히 안정적인 수익을 마련할 수 있는 일,

9 to 6타임으로 일하는 직장인 말고도 파트타임이든, 고정적으로 수익이 들어오는 일을 모색하려고 한다.

30살이 되기 전에 얼마 남지 않은 20대에 새로운 도전들을 이제는 용기 있게 해보고 싶다.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잘 못해서 주변에서 모진 말을 듣더라도 못하는 일을  '적성'에 맞아서 즐겁게 하고 꾸준히 노력해서 잘하는 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잘하는 일'로 '생계(직업)'를 이어나가면서
'잘하는 일'을 하며 번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일과를 마친 후 밤에 책상에 앉아서 작업을 하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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