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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월 1000만 원을 버는게 쉬웠나

한 달에 200만 원을 벌더라도 고정 수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by 효작가


유튜브나 스레드,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는

프리랜서로 월 1000만 원 이상 버는 방법, 대기업 직장인의 2배 이상 연봉 만들기 등 자극적인 제목들로 알고리즘을 이끌어낸다.


"난 꼭 퇴사해서 일러스트 외주도 많이 받고 월 1000만 원 이상 버는 대박 난 작가가 될 거야."

라고 마음먹고 프리랜서로 지낸 지 어연 3년 차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몇 달 전 세후 1000만 원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운 좋게 일감을 한꺼번에 끝낸 덕분이다.

프로젝트를 하나씩 끝낸 후 단비같이 들어오는 수익이 얼마나 소중한가.

적금과 월세를 충분히 마련하여 한숨 돌렸다.


올해 초에 콘텐츠 디자인 업무를 하기 위해 1년 치 계약을 성사시켰다. 매달 들어오는 돈도 상당히 커서 올해는 그래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과연 계약이 끝날 때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더니 프로젝트를 주도한 클라이언트 A에게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우리가 진행하는 다른 프로젝트의 업무가 너무 많아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이어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계약 후 3개월 안에 프로젝트를 급하게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계약직이었던 데다 집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거다 보니 갑작스럽게 권고사직 당하듯이 계약해지 통보를 당했다고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거나 상처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계약 해지 한 달 전에 미리 알려줘서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다른 일거리들을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업무를 따내거나 입사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구직 사이트에 일러스트레이터 모집 공고들이 올라오면 최대한 지원했다. 시급이 상당히 센 방과 후 교사도 지원해 보고 방문 미술 강사도 신청하였다.

최대한 맞는 공고들을 보면서 30군데 이상 지원을 했으나 어떤 회사에서는 면접 본다는 연락을 주고서도 갑자기 불합격 통보를 하였고 또 다른 회사는 진행하는 프로젝트랑 결이 안 맞는다며 다음에 함께하자고 하였다.

지난 2년 동안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여 회사 경력은 2년간 단절되었고 그동안 작업한 게 일러스트 밖에 없다 보니 당연히 디자인 회사는 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일러스트레이터를 모집하는 회사들은 많지 않았다.

취업난이라면서 여기저기 지원한 끝에 최근에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갈 예정이고 방문미술 업체에서도 이력서를 내라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5월 한 달간은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적음에도 외주 한 건 정도되는 페이여서 괜찮았다.

A 클라이언트와 계약 해지를 한 후 고정 수입이 사라진 불안정한 프리랜서가 된 나는 더 악착같이 뛰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외주도 몇 달 동안 끊기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서 작가로서 해보고 싶었던 작업들을 하나둘씩 하기 시작했다. 바빠서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그림책 더미북도 만들고 온라인 강의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행사가 얼마 남지 않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글들을 마음껏 쓰고 도서관에서 읽고 싶었던 책들도 빌려 읽어 마음에 드는 구절을 기록하기도 했다. 바빠서 지켜지지 못했던 워라밸을 지키면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 하다 보니 불안했던 마음이 점점 사라졌다.


아직 당장 고정수익을 만든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언젠가 일을 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사실 강사로 일을 할 때까지만 해도 매달 들어오는 수익이 적은 편이었음에도 고정적으로 달마다 들어와 외주 활동을 마음 편하게 병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월 수익이 0원이었던 적이 없었다. 어떻게든 이번 달 수익이 끊기게 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 단기 알바라도 해야만 했다. 이렇듯 불안정한 프리랜서는 가만히 있질 못한다. 일감을 찾으러 모험하듯 집을 나선다.




"전업"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소망은 외주를 많이 받는 것이다. 어떤 일감이든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받아서 집에서 오로지 혼자서 일하길 바란다. 나도 강사 일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일하길 바랐다. 그런데 매달 일이 들어온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매번 쉬지 않고 들어왔던 일감이 불경기로 인해 어느 순간 끊겨버릴 줄 몰랐다. 이러다 앞으로 더 이상 일이 들어오지 않을 거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제 외주로만 먹고 살 생각을 하면 안 되겠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도 아닌 단기성 프로젝트인데 매번 일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 한 프로젝트당 경쟁률이 기본 100대 1 이상인데 단비 같은 일감들을 한 두 개라도 받기 어려운 현실을 체감했다.'

팔로워가 점차 늘어나 유입이 많아지고 그림 스타일도 더욱 발전시키며 열심히 어필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사실상 월 1000만 원을 벌어도 4달 동안 수입이 0원이면

1000만 원 ÷ 4 = 250만 원

4달 동안 평균 월급은 직장인 최저 월급과 다를 바가 없다.

4달이 지난 후 일이 계속 안 들어오고 수익도 0이면

말 그대로 '백수'다.


세상에 월 천만 원을 끊임없이 버는 프리랜서는 전국의 몇 퍼센트나 될까? 누구나 월 천만 원을 벌었다면 다니고 있는 회사를 당장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진짜 잘 나가는 월천 프리랜서는 상위 1-3% 정도 되고 일반적인 프리랜서는 열심히 발로 뛰어야 직장인 연봉만큼 겨우 번다.

프리랜서로 외주를 끊임없이 받는 거도 중요하지만

외주가 끊길 것을 대비해 알바를 하든 강사를 하든 한 달에 고정 수입이 최소 100만 원 혹은 200만 원 이상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야 적어도 월세나 관리비라도 갚아나갈 수 있다. 그리고 외주로 벌어들인 수입원은 비상시에 쓸 수 있도록 최대한 100%까지 끌어모아 저축해야 한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 한 달 생활비를 50만 원 내에서 쓰고 나머지는 그냥 예금통장이나 적금통장에 비축해 둔다.

정말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기 위해 9-6 풀타임 직장을 병행하면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생활을 해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예상치 못하게 일이 몰아서 들어오면 주말 하루 이틀이나 평일 저녁 시간을 내기 빠듯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적절하게 외주 작업을 하며 알바나 페이가 센 강사활동을 파트타임으로 병행해야 워라밸도 지킬 수 있고 그림 작업할 시간을 넉넉하게 잡을 수 있다.

걱정 없이 외주가 들어온다면 외주가 끊길 때까지 전업으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생활을 하면 된다.


일단 당장하고 있는 외주를 먼저 끝내놓고 머릿속에 맴도는 불안한 미래를 잠시 멀리 보내두자.

시간도 돈도 부지런히 관리해야 하는 스펙터클한 프리랜서의 삶을 즐겨야 일러스트 작가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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