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자이 박물관

3. 버스 타고 혼자 찾아간 명소 ... 오랜 전통 바탕 최적의 옷

by 류진환

말도 통하지 않은 나라에서 겁 없이 버스를 탔다. 행선지는 호찌민에 오면 꼭 한 번 가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아오자이 박물관이다. 베트남어를 몇 글자 밖에 모르지만, 벤탄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 왔다. 차장에게 목적지를 손짓 몸짓으로 물었다. 간다는 끄덕임에 올라 탄 버스는 88번. 벤탄에서 아오자이 박물관 인근까지 운행하는 버스다.


버스에 오르니 차장이 다가와 요금을 달라고 한다. 예전 한국의 버스 모습과 다른 것은 차장의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라는 것. 요금은 6천동,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00원 가량이다. 지금 내게 싸게 느껴지지만, 70년대 중반 고등학교 다닐 때로 돌아가 본다면, 당시 버스비는 결코 싼게 아니었다. 아마도 이곳 서민들에게 그럴 것 같다.

아오자이박물관 입구.jpg 아오자이박물관 입구

덜컹거리는 버스가는 고작 10여분을 달렸는데 금방 도심에서 멀어진다. 딴 세상이다. 우리의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의 오래된 중소도시 거리와 비스했다. 길을 따라 1시간 20여분을 달리자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보인다. 목적지와 비슷해 보이는 지점에서 내려 묻기를 거듭하며, 겨우 아오자이 박물관에 도착했다. 베트남 전통 문양의 그윽한 대문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입장료는 10만동. 우리 돈으로 5천원을 내자, 20대의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가 환한 웃음으로 다가 왔다. 가이드다.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땐 영락없이 예쁜 한국 아가씨다. 정말 놀랐다. 베트남 여성 중 한국인과 닮은 여성이 많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하게 만들었다.


가이드를 따라 들어선 박물관은, 크지 않았지만 그윽하고 마음 푸근해지는 연못이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전시관 입구에 이르자 수 많은 아오자이 옷들이 눈앞에 달려 나온다. 궁금증이 몸속에서 절로 났다. 베트남 전통 아오자이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옷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곳에 전시된 아오자이는 베트남의 유명 배우, 정치인, 의사 그리고 패션디자이너 등이 실제로 입었던 옷들이다. 그래서 그 가치가 한결 더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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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아오자이

아오자이를 보고 있으면 디자이너들의 열정이 보인다. 말 그대로 뛰어난 작품이다. 그들은 끈기를 가지고 한 땀 한 땀 세심한 바느질을 했다. 물을 들이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정성을 통해 은은한 색감과 질감을 가진 천을 만들어 냈다. 세련되면서도 지나치게 튀지 않는 천 위에, 이를 한 층 돋보이게 하는 구슬과 장신구로 수놓아, ‘입을 수 있는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다. 나아가 이들은 한복은 물론 중국, 일본, 프랑스 등 각국의 전통 의상을 바탕으로도 세련되고 새로운 아오자이를 세상에 내 놓았다. 가이드가 말했다. 베트남 여성들은 몸매가 좋다고. 그리고 아오자이가 그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맞는 말 같았다.


사실 아오자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나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난 아오자이가 수 천 년을 이어온 베트남의 오래된 전통 옷으로 알았을 것이다. 아오자이의 역사는 190년 정도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오랜 전통을 기본으로 최적의 산물을 만들어 냈다. 바로 아오자이다. 특히 아오자이는 몸매가 아름다운 베트남 여성은 물론 많은 여성들의 맵시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옷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세계인들이 좋아 하는 옷이 되고 있다.


아오자이 전시관을 나오니 잔잔한 호수에 발람이 살랑살랑 얼굴에 부딪힌다. 시원해지는 마음으로 세라믹 전시관, 베트남 여성들의 아오자이 속 입던 언더웨어 전시관과 작품 사진 그리고 옷의 제작 과정과 장신구 등을 보여 주는 작은 집들을 차례차례 둘러 봤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자 세찬 소나기가 쏟아진다. 바로 떠나기가 아쉬워 잠시 머물려고 했던 마음을 아는 것일까. 호숫가 정자에 않았다. 호수위로 내리는 빗방울이 동그라미를 만들고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의미 있는 시간에 감사했다.


겁 없이 탄 베트남 시골 버스. 그리고 그 여정 끝에 만난 새로운 시간과 공간. 어느 곳에 있던지 세상은 그렇다. 찾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그대로 지나 갈 것이다. 이곳도 아마 내가 찾지 않았다면 베트남에 아무리 긴 시간을 머무른다고 해도 끝내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길은 언제나 앞에 놓여 있다. 그렇다 해도 길은 찾고, 그 길을 따라 걸어야 내게 길이 되는 것이다. 오늘처럼. 박물관을 나오는 뒤에서 미소가 예쁜 아오자이를 입은 가이드가 다시 오라고 말한다. 다시 가긴 어렵겠지만,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즐겁다.


아오자이(Ao Dai) : 베트남어의 ‘아오’는 옷, ‘자이’는 길다는 뜻이다. 품이 넉넉한 바지와 길이가 긴 상의로 되어 있다. 상의는 옆이 길게 트여 있고(슬릿), 깃은 차이니스 칼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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