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귀찮겠지만, 가족들에게 전화 좀 많이 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걸까.
SOS였는데, 나이 서른 중반에 너무 애같이 굴었나.
그동안 어른인 척 하느라 어리광도 못 부렸는데 좀 그러면 안 되나.
가족들은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나에게 다 쏟아내고
예민한 시기일 때마다 매번 나에게 짜증내고 틱틱대고 화풀이하고
하소연 다 쏟아내고, 나 요즘 힘드니까 이해해달라고 하고
애같이 느껴질 정도로 어리광도 부리면서 나는 왜 안 될까.
그때 나도 힘들었는데.....
뭐, 그동안 내가 자처한 거고 말하지 않았으니 대가이려니 했다.
하지만 난 여태 평생을 다 받아줬는데,
가족들은 좀 받아주다 성질내고 화내고 몰아붙이고 그래놓고 이만큼 했으면 됐잖아
얼마나 더 해야하는데 나도 힘들어, 너 요즘에 힘드냐고 안 물어보잖아
그런 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할까.
SOS하고, 나의 상황을 알린 후에도 가족들은 여전히 나에게 기대고 어리광 부리고 감정을 쏟아내면서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한 번은 상담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의 상황을 처음 들었을 때,
엄마는 중학교때부터가 아니고 ? 초등학교때부터라고? 중학교때부터인 줄 알았는데 라고 하셨고,
아빠는 몰랐다고 했다. 두 분다 미안했고 마음아프다고 했고, 엄마는 밤새 우셨다고 했다.
난 거기에 바보같이 희망을 품었다. 믿었다.
연인은 잠시뿐일거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SOS를 한 거였다. 나한테 관심 좀 가져줘.
나한테 가족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줘. 라고.
그런데 정말이었다.
그 후, 아빠와 동생은 연락 한 통 없었고
엄마는 심장수술 한 뒤로 내가 아무리 바빠도 이틀에 한번은 전화를 드리는 편이었다.
그 과정중에 난 나의 마음을 물어봐주길 바랬다. 엄마의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랬다.
그래도 한 번은 엄마가 물어봤다. 상담 잘 다니고 있냐고.
몇 달이 지나면서 딱 한 번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래도 고맙게 여겼다.
그래서 아빠와 동생에게만 화를 냈던 날이었다.
아빠는 내가 죽고싶을정도로 너무 힘들다고 울고 있는데 사람들이랑 밥 먹어야한다고 끊자고 했고
동생은 그래서 내가 일하다가 나와서 전화했잖아.
라는 말을 했다.
나도 동생의 그 노력을 알기에 전화를 받은 거였고, 마음이 열려서 서운한 걸 토로한 거였는데
동생의 입장에서는 일하다가 나와서 전화했는데, 서운한 걸 토로하는 게 못마땅했나보다.
동생의 입장도 알지만, 서운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기 싫었는데, 나도 일하다가 중간에 동생 전화 받고 한 시간 넘게 하소연 들어줬는데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는 동생에게 서운했다.
일단 동생 일하는 중이기에 끝나고 이야기하자며 끊었지만, 연락이 없었고
끝내 기다리다 그냥 평범한 대화면 괜찮지만,
누나가 그렇게 힘들다고 서운하다고 이야기하다 너 일하다 나왔으니까 끊었으면
적어도 일 끝나고 나서라도 전화 한통, 카톡 하나라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서운함은 화가 됐다. 또 회피하는구나 싶었다.
그때 그냥 넘겼어야 했을까. 나는 참지 못하고 동생에게 카톡으로 화를 냈고 동생은 이해 못한다는 식으로 답장을 했고 그 후 또 연락이 끊겼다.
얼마 안 지나 집에서 잠도 못자는 상태가 됐고, 부모님 집에 내려갔다.
그래서 부모님이 동생한테 연락하라고 할 때만 한걸 안다.
안하다가 며칠 지나서 그날 하고, 며칠 지나서 그날 하고 그 모든 게 다 부모님이 말한 날이었다.
난 받지 않았다. 분명히 너의 그런 방식에 맞춰주지 않을 것이며 또 그러면 나도 똑같이 한다고 했었기에
무엇보다 부모님한테 동생이 뭐라고 했는지 알기에.
미안해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러다 내가 너무했나 싶어 나의 생일 날 전화를 받았고 화해했다.
그런데 끊고 보니, 옆에 있던 연인도
사과는 잠깐 하고 결국엔 난 부모님보다 누나랑 더 가깝다라는 말과 본인이 부모님에게 상처받았던 것들을
들어주는 내용이 90%였다.
일전에 동생이 부모님에게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너무 충격이었지만,
그때 들었던 또 다른 생각들도 너무 너무 충격이었다.
여기에 적을 수 없고, 하나만 말하자면
동생은 집에 가는 것보다 나를 만나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그 말로 알 것 같았다.
그래서 화해하자고 한 통화가 나한테 짐이 더 생긴 통화가 되었지만 괜찮았다.
동생에 대해 더 애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미안해졌다.
그래도 뭐, 이번에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는 것 같았고
나도 너무 매몰차게 했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그 후, 동생이 일적으로 힘들어서 통화 하던 중 나의 상황을 잘 모른다는 동생의 말에
많이 심각하다고 이야기했다. 동생은 그렇게까지 심각한 줄 몰랐다면서 앞으로 신경 쓰겠다고 말해줬다.
그 날,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 날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