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내러티브라는 거대한 서사 기저에는 인간이 지닌 생존의 갈망과 실존적 욕망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이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층위의 의미를 품고 우리 삶을 지탱합니다.
첫 번째는 순간적 진리로서의 내러티브입니다.
흔히 종교나 철학, 시를 영원불변한 것으로 여기지만, 이는 유한한 인간이 어둠 속에서 그어 올린 찰나의 성냥불과 같습니다.
우리는 탄생 이전의 고요를 기억하지 못하고 죽음 이후의 적막을 가늠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 막막한 생의 앞뒤를 메우기 위해 인간은 간절한 관념을 세우고 종교라는 이름의 빛을 쟁취해 냈습니다. 삶의 한복판에서 그것이 완전한 진리인지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칠흑 같은 밤에 길을 비추는 그 순간적인 빛이야말로 우리가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이 됩니다.
두 번째는 믿음의 차원입니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완결성은, 우리가 빚어낸 이 가느다란 내러티브가 얼마든지 진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껴안는 데서 시작됩니다. 비록 유한한 존재가 무한한 서사를 창조해 냈다는 모순이 존재할지라도, 그 속에는 인류가 쌓아온 고유한 역사와 지울 수 없는 증거들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사실 인간은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미 믿음에 지극히 익숙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며 내일 아침 어김없이 눈을 뜰 것이라 믿고, 허공을 가르는 새의 날갯짓이 추락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식탁 의자가 제자리에 머물고 태양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이 소박한 확신들은, 사실 논리적 증명 이전에 우리가 세계와 맺은 거대한 신뢰의 계약입니다. 타원형의 지구에 위태롭게 매달려 살면서도 평온을 유지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중력의 질서를 온몸으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지점에서 마법이 일어납니다. 어둠 속 섬광 같던 순간적인 진리는 인간의 견고한 믿음을 통과하며 비로소 영원한 진리로 탈바꿈합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믿기로 선택하는 순간, 찰나의 내러티브는 생 전체를 관통하는 불멸의 빛이 됩니다.
내러티브는 인간이 허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던진 닻입니다.
그 닻이 비록 인간의 손으로 빚어진 연약한 관념일지라도, 믿음이라는 깊은 바다에 뿌리내리는 순간 그것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영원의 이정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