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게으른 검객처럼도마 앞에 서서푸른 비늘을 세운 오이 하나를적처럼 바라본다당신은 내 애인이어서새벽에 두 번 죽였다가간신히 살려 놓았지만이른 아침이 서늘한 생명까지살려둘 재간은 없다칼이 지나가자어젯밤 뼈를 건드리지 못했던 통증들이아찔한 수분으로 터진다잠에서 깬 당신이내가 도살한 오이를아삭거리며 씹는다나는 아무렇지 않게밥을 안친다가장 다정한 살인자로아침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