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객의 하루

by 김준완


게으른 검객처럼
도마 앞에 서서

푸른 비늘을 세운 오이 하나를
적처럼 바라본다

당신은 내 애인이어서
새벽에 두 번 죽였다가
간신히 살려 놓았지만

이른 아침
이 서늘한 생명까지
살려둘 재간은 없다

칼이 지나가자
어젯밤 뼈를 건드리지 못했던 통증들이
아찔한 수분으로 터진다

잠에서 깬 당신이
내가 도살한 오이를
아삭거리며 씹는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안친다

가장 다정한 살인자로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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