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by 김준완


​아무런 걱정 없이
당신 앞에 서면


​당신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내 그림자를 밟습니다.


​밟힌 그림자는 비명 없이
엉거주춤 나를 껴안고
우리는 한 몸이 되어
길게 늘어진 오후를 견딥니다.


​낮은 담장 너머
늙은 나무 위, 고양이 눈을 한 새들이
우리의 서러운 침묵을 읽듯
낮게, 낮게 울음을 떨굽니다.


​당신이 한 걸음 물러설 때
그제야 숨을 고르는 나의 어둠


​짓눌린 자리마다 보랏빛 멍이 들어도
나는 다시
당신의 햇살 아래
기꺼이 그림자를 펼쳐둡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가장 낮은 곳을 내어주는 일


​그것이
나의 가장 고요한
기도임을


​당신은 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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