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시간은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왔다
때로는 천사처럼 큰 소리로 외쳤지
넌 이미 구렁텅이에 떨어졌다고
하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다
서러워도
서러워도
다시 서러운 건
왼쪽 골목을 지나며 오른쪽 골목에 서 있는
그리움 같은 것이었지
너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늘 시간 쪽을 향해 서 있었을 뿐
한때 밀물처럼 밀려오던 너는 누구였을까
해변에 나를 거꾸로 처박아 놓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너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사랑만 구걸하던 그때, 무엇을 탐하고 있었을까
네가 죽고
아니, 내가 너를 죽이고
봄도 죽고 젊음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면
썰물들의 한숨 같은 건 그저 그리움일 뿐
그때의 시간은 이제
기억 속에서
싹둑, 싹둑
잘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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