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이라 여기고 싶지만 실은 종종 그런 날 속에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 하나 책임져줄 사람 없고
누구나 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내 길이 없고 덩그러니 길 위에 남겨진’
다시 말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그런 날.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땐 두 사람으로 인해 태어나지만, 세상을 살아갈 땐 오직 두 발로만 살아간다.
야속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으나
이제는 내 의지에 따라 그 세상이 빛이 되기도 어둠이 된다니.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굳이 조금 다른 점을 꼽자면 그 날은 볼을 스치는 바람이 너무도 매서웠다는 것.
겨울의 끝자락도 겨울 아니던가.
그래서 였을까.
자그마한 외풍에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두 발이었다.
스치던 바람이 조금 따뜻했더라면 덜 외로웠을까.
저 하늘 위 구름이 해를 가리지 않고 볕을 쨍쨍 내리쬐었다면 조금 덜, 서글펐을까.
아니.
그럼에도 흔들렸을 테다, 내 두 발은.
그 어떤 외풍 때문이 아닌 이미 내 마음이 어지러웠을 테니.
가끔이라 여기고 싶지만
실은 종종
그런 날 속에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지러운 마음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두 발과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저 밤하늘보다 짙은 어둠을 품은
그 속에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날엔
그런 나를 벗 삼아
천천히
부디 천천히
살아내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