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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May 14. 2022

무엇이 그렇게도 슬픕니까

오늘은 무엇을 슬퍼라 했습니까

슬픔을 잊었기에 울고 잊지 못했기에 울고 그것이 슬픔인 줄을 모른다며 울고 슬픔이 슬픔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울고 슬픔이 슬픔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울고


무엇이 그렇게도 슬픕니까

단어 단어들을 뜯어보며 왜 삶의 자락 자락마다 눈물 흘려합니까

슬픈 지점 지점마다 왜 꼭 멈춥니까

매 정류장에 서는 버스가 매 신호에 걸리는 것처럼

인생이 걸리적거릴 텐데


왜 슬픔이 슬픔이어야만 내가 나인 것이라 말합니까

울어야만 한다고 말합니까


감수성과 같은 말 그러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말할 수 없는 말

내 방바닥을 어질러 놓는 말들이 그만 들어와 제발 그만 흘러 들어와


울지 않는 대신 슬픔을 집어삼켰습니다

이런 게 바로 폭식증입니까

슬프지 않고 싶어서 아무것도 삼키지 않았어요

눈물은 너무 거치적거린다며

눈물에 대해 가장 많이 말하니까

어쩌면 거식증이 맞겠군요


사람들은 뭘 그다지도 슬퍼합니까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눈물 흘려합니까

왜 그래야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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