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우 Jun 21. 2024

2.고통에 관하여

김민우 단편선 2화

 우리 집은 18층에 위치하고 있다. 내려다 보면 이외로 지상과 가깝다. 그래서 뛰어내릴 생각도 한 번 해본 적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꽤나 힘들다고 생각한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반작용으로 든다. 난 그래서 어릴 적 순수함을 생각한다.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져 생각이 전환된다.


 이런 말들을 뱉으면 내가 뭔가 있어 보일까? 그걸 실험해본 적도 있다. 물론 그 친구들은 진절머리 난 상태로 내 말은 귓등으로 들었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왜 하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난 빈곤 포르노를 찍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왜 순수함을 쫓는지, 그리고 뭔 삶이 있었는지 주저리 주저리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 생각만을 말하자면, 나는 내가 왜 사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 시시껄렁한 이유라도 붙여지면 살아갈 이유가 있겠다야 나는 최근에 부모님과 다투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날 왜 낳았어? 무책임하든, 책임을 지든 우리는 세상에 자유의지가 없이 태어난다. 그러면서 자유의지에 대해 토론하는 게, 참 웃긴 노릇이다. 그러면서 공부니 뭐니 잘 살아가야 하고 부모는 자식을 잘 살아가게 하려고 열심히 한다는 데, 그건 이기심이라 생각한다...


 내가 꼬였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난 낳아짐에 대해 토론하고 싶어 입이 미칠 지경이다. 그런데 주위엔 대가리가 텅 비었거나 되려 나에게 불만만 쏘아대는 얼간이 밖에 없다. 그래서 난 강제로라도 순수함이라는 인위적인, 느끼지도 않았을 감정을 억지로 생각하며 저 18층 아래를 본다. 

이전 01화 1.지하생활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