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우 Jun 29. 2024

3.원 스몰 토크

김민우 단편집 3

 -그래, 오늘은 어연 일로 오셨을까

 그녀가 자주 가는 바의 단골 멘트다. 그녀는 퇴근한 뒤 늘 1시간 정도를 커피를 마시며 기다린 다음 7시에 열리는 맥주 바에 간다. 맥주 바는 긴 테이블이 하나있고 바텐더가 한 명 있는 소규모 바다. 생맥주가 아닌 여러 괴랄한 실험 정신이 담긴 맥주를 판다. 그리고 거길 가는 게 그녀의 유일한 취미다. 


 직장에서 그녀는 평범한 경리다. 담배를 피울 때를 제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타자만 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있어 남자 직원들도 딱히 그녀에게 할 일을 부탁할 때 빼고는 말을 걸지 않는다. 얼굴도 칙칙하고, 예쁘장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녀가 입을 열 때는 맥주 바에 가서 말을 꺼낼 때다. "오늘은 뭐뭐로 부탁드려요." 그리고 한숨을 쉰다. 바텐더는 그 한숨에 익숙해져 있다. 맥주 한 병을 따라주고 "이 사람아, 너 한숨 때문에 이 책상이 1cm는 내려갔어."라고 말한다. 


 이 술집은 좁아서 여자는 이 술집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을 원 스몰 토크라 말한다. 사람들은 서로를 갈구한다. 그게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후자면 홍동가든 클럽이든 어디든 간다. 그렇지만 여자는 정신적으로 외롭기에 이 맥주바에 오는 손님과 애기한다. 애초에 공간이 좁기 때문에 어떻게든 대화가 되고, 경리는 자신의 결핍을 이렇게 채운다. 그래서 원 스몰 토크라 칭하는 것이다. 대화에는 중독성이 있다. 거기다 술이 들어가니 아무 말을 뱉어도 그게 허용이 되는 때가 많아지고 그것에 말을 맡긴다. 그래서 이 여자는 누구와도 사귀지 않는다. 이 바에 오는 사람들하고만 친해지고 그리고 헤어진다. 그게 끝이다. 


 그리고 바는 문을 곧 닫는다. 이제 몰색할 차레이다. 이 여자의 정신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말이다. 여자는 이곳 저곳 바를 돌아다녔다. 위스키 바, 맥주 바 등등. 그러나 단골이 되기에는 어느 곳이든 뭔가 부족했다. 이 심심함에 여자는 초조해했다. 여자는 이 작은 바 안에 갇힌 채 바의 간판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날 부로 여자가 하루에 입을 여는 횟수는 확 작아졌다. 원 스몰 토크가 사라지는 날. 여자는 자신의 허전함을 곱씹으며 자신을 탓했다. 뭐 어쩌랴. 그게 이 여자의 운명인데.

이전 02화 2.고통에 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