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멀게만 느껴지던 날이 문득 눈 앞에 와있을 때가 있다. 그런데 실제로도 가까웠던 날은 눈 떠보니 바로 오늘이더라. 2주 전에 티케팅을 하고 모든 일정을 짰다. 다행히 백수라서(불행인지 다행인지) 하루종일 여행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쓸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거쳐 자그레브행 비행기에 올랐다. 벌써 9시가 넘은 시간,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나는 무슨 생각으로(단지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밤 11시가 다돼서야 낯선 땅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탄걸까.
걱정 가득한 내 심정과 달리, 자그레브행 비행기의 승무원들은 호탕한 분위기가 사뭇달랐다. 심지어 "헬로, 웰컴!"을 외치며 티켓 확인조차 하지 않고 승객들을 태웠다. 덕분에 그 갖기 어렵다는 비행기 티켓을 통으로 갖게 되었다. 고개를 젖혀가며 승객들과 신명나게 수다를 떠는 너란 승무원, 크로아티안 승무원인거지? 게이트는 잘 보고 탔으나 내리는 순간까지 이 비행기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걸까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한국인 승객이 딱 1명 더 있었는데, 내 또래 남자.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밤은 깊었고, 낯선 타지에서 괜히 위안이 되더라.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좀 전의 유일했던 한국인 남자 승객은 공항에 마중나와 있던 여자친구와 뜨거운 포옹을 하더니 사라졌다. 젠장, 괜히 루저가 된 기분이다.
공항 건물은 한국 동서울 터미널만해서 헤매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창밖을 보니 한밤 중이다. 환전을 하고 유심칩을 사려는데 전부 문을 닫았단다. 그럼 그렇지 11시가 넘었는데... 자그레브로 날아오는 내내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공항 경찰에게 물어 인포메이션 센터로 간다. "저 호텔 예약을 했는데요, 그 호텔에서 무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거든요. 지금 거기에 전화를 해야해요."라고 했더니 "그래서 뭘 도와달라는 거야?" 인포데스크의 아주머니가 확 쏘아 붙인다. 도대체 누가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친절하댔나 순간 쫄았다. 그래도 밤은 늦었고 호텔에는 들어가야 하며, 여기가 아니고는 전화를 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용기를 내 "우체국이 문을 닫아 유심칩을 살 수가 없어요. 전화기 좀 빌려주세요!" 했더니 '뭐 그까짓걸 가지고' 라는 표정으로 직접 번호를 눌러 픽업요청까지 해줬다. "땡큐 쏘 머취!"를 외치고 공항 문 밖에서 기다리는데 좀 전의 인포메이션 아주머니가 밖에 나와 담배를 피신다. 포스는 살벌했으나 밤 늦게 홀로 차량을 기다리는 동양인 여자애가 꽤나 걱정되었던 모양. 담배를 피며 계속 나를 살피더니 내가 떠나는 걸 보고야 들어가셨다.
예약해 둔 드림호텔의 픽업차량에 올랐다.
-몇 시간이나 날아왔어?
-아마도 15시간 쯤?!
-이제 5분 후면 호텔에 도착할거야
-응, 고마워!! 사실 지금 엄청 피곤해
이 호텔의 픽업&샌딩 서비스는 정말 끝내준다. 공항 근처에 위치해 있어 밤 늦게 공항에 도착하거나, 아침 일찍 떠나야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셔틀 서비스로 인기있는 곳인데, 나 역시 처음에는 한인 호스텔을 예약하려 했으나 공항까지 픽업서비스를 나오는데 5만원이나 달라는 말에 마음을 바꿨다. 밤 늦게 시내로 들어가봐야 볼 수 있는 것도 없을테니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1박을 하자 결정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카톡 하나 간신히 보내지는 호텔 와이파이를 부여잡고 식구들과 친구에게 나의 무사함을 알렸다. 그리고 그대로 잠자리로. 불안한 마음에 비행하는 내내 한숨도 자지 못했다. 잠이 쏟아진다.
덧,
자그레브 공항에서 차로 5분거리인 드림 호텔, 공항에서 무료 픽업&샌딩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최장점이다. 무료 조식을 먹을 수 있고, 호텔 내 신호는 다소 약하지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직원들이 모두 친절하다.
-DREAM
Fausta Vrancica 12, Velika Gorica, 10410, Croatia
+38516215344
* <크로아티아에 왔다> 크로아티아 혼자 여행기를 시작합니다. 읽어주셔서 무한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