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모두 다 보려면 하루 종일도 모자라단다.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어 플리츠비체행 버스를 타러 간다. 20분 전에 터미널에 도착해 지금 타도 되냐고 물으니, 뭐가 그렇게 급하냐며 인상 좋은 아저씨가 허허 웃으신다. 온통 여유로운 크로아티아 사람들 속에 나만 성격 급한 한국인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내에는 3개의 호텔이 있는데, 이 호텔들에 묵을 경우 국립공원 입장권을 하루 연장해 이틀간 입장할 수 있게 해준다. 공원 내 호텔에 묵었지만, 다음 일정인 자다르가 너무나 기대 되었기 때문에 내일 아침 일찍 떠나기로 했다.
천천히 걷기만 해도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줄줄 흐른다. 한국의 7-8월은 저리가라 싶은 폭염이다. 이 더위에 트래킹을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는데, 다행히 코스에 따라 배와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배를 타고 이동하니 땀도 식고, 선선한 바람이 참 좋았다. 선착장 P1에서 P2까지는 배로 5분, P2에서 P3까지는 약 15분이 걸린다. 이렇게 일부는 배를 타고 이동해도 공원을 반바퀴 도는데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거대한 국립공원의 크기가 짐작이 가는가?
햄버거와 감자튀김으로 엄청난 열량을 충전하고 다시 걷는다.
푸르다 못해 정말 새파란 물 속에 물 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오며가며 만난 한국 분들이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물고기 사진을 찍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나도 모르게 수도 없이 셔터를 누르게 되는 곳, 플리트비체였다.
흔히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요정이 살 것 같다고 하는데, 진짜 요정이 나올 것 같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고민할 것도 없이 '아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본 적이 없는 가장 큰 규모의 공원이었다. 바다 속 땅끝까지 다 보일 정도로 물이 티 없이 맑았다. 전 세계에서 온 방문객들도 크로아티안 직원들도 티 없이 맑고 밝았다. 분명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공원이 가진 힘이리라. 하지만 요정이 나올 정도로 신비롭고 경이롭기 보다는 그저 편안한 대자연이었다.
7시간 가까이 걸었는데도 몸이 가뿐하고, 머리도 맑다. 국립공원은 7시면 문을 닫는데, 호텔 주위에는 즐길 거리는 커녕 매점 하나 없다. 공원 매점에서 맥주를 샀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오주스코. 상큼한 레몬맛이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알콜 도수는 겨우 2%. 공원 매점에서 다른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 탓에 오주스코 레몬맥주를 1500ml나 마셨지만 조금도 취할 수 없었다. 더이상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입에서 레몬맛이 나는 것 같다. 배는 부르고 창 밖은 사방이 고요한 새벽. 냄새나는 밸뷰 호텔에서 피죤을 잔뜩 뿌려놓고 잠에 들었다.
내일은 성채도시 자다르로 간다!
*<크로아티아에 왔다> 크로아티아 혼자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무한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