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가 생겼다. 유럽여행 카페를 통해 만난 동생이 자다르가 너무 좋아 며칠 더 머무를 예정이라며 "누나, 제가 가이드 해드릴게요!"한다. 내내 혼자 여행했는데, 낯선 도시에서 누군가가 나를 맞아준다니 기분이 좋다.
자다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도착하는 버스마다 택시 호객꾼이 상당한데, 그도 그럴것이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를 정도로 덥고 자다르 구시가지까지는 도보로 15분이 걸린다. 거기다가 대부분 관광객들로 엄청난 배낭이나 캐리어를 들고 이동해야하니 택시가 최선책일 수 밖에. 그런데 이 동네 택시는 부르는게 값이다. 관광객에게는 더더욱. 차로 5분 거리에 60쿠나(한국돈 12,000원)를 달란다. "투 익스펜시브!" 했더니 50쿠나로 낼름 깎아준다. 얄밉지만 이 더위에 방도가 없다. 택시를 타고 자다르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택시에서 내려 성문 안에 들어서자마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어떻게 이런 도시가 있을 수 있지. 어딜봐도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 씨가 크로아티아는 바닥의 돌들까지 아름답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숙소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 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에 행복감이 커진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가 내방이라니! 어렵지 않게 예약한 호스텔 방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바다가 보이고, 종탑의 종소리도 아련하게 들린다. 침구와 시설도 이보다 더 깨끗할 수 없다. 숙소가 너무 좋아 오늘은 방에 들어와서 일찍 쉬어야지 했지만, 방 밖은 더 아름다우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오늘의 가이드가 숙소 앞까지 찾아와서야 다시 여행자가 된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K는 순박하고 똘똘하다. 여행을 좋아해서 혼자 여행을 다니는데, 동유럽을 모두 돌고 마지막으로 크로아티아에 왔다고 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꼭 만나야하는 사람은 '사진 잘 찍는 사람과 돈 많은 사람'인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잘 만났다고 씨익 웃는다. K는 사진을 참 잘 찍는다. 나는 돈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순박한 동생에게 밥 몇 끼는 충분히 사줄 수 있다. 만원도 안되는 경비로 하루를 버티다보니 제일 저렴한 빵이나 조각피자로 밥을 떼워왔다고. 비싼 밥을 사주고 싶었지만, 한달 가까이 여행 중인 아이는 한식을 더 갈망해 한국에서 가져온 귀하디 귀한 컵라면과 김, 햇반을 나눠 먹었다.
K와 함께 종탑에 오른다. 모든 도시에서 종탑에 올라 전경을 내려다보았는데, 종탑의 계단들이 하나같이 참 살벌하다. 한 걸음이라도 잘못 디뎠다간 여기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좁디좁은 계단을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둘 중 한 사람은 찌부가되어 벽에 붙어있거나 중간 지점까지 물러나줘야만 한다. 엉금엉금 조심조심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마지막 좁은 문을 통과하니 와!!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바다뿐만 아니라 앙증맞은 주황색 지붕들이 줄을 맞춰 세워져있다. 모두 반짝반짝 빛난다.
한참을 서 있다가 종탑에서 내려와 해변을 걷기로 했다.
자다르는 플리트비체와 스플리트 사이에 있는 작은 성채도시로 파도에 의해 소리가 나는 '바다 오르간'과 태양에 의해 빛이 나는' 태양의 인사'로 유명한 곳이다. 자연과 건축물이 만나 예술이 되었다.
자다르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가장 기대됐던 곳인데,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당일치기로 들러가거나, 심지어 두어시간 둘러보고 떠나기도 한다. 1박 2일 충분히 시간을 들여 머물렀음에도 아쉬운 자다르를 어찌 말 그대로 '들렀다 간다'는 말인가.
'바다오르간'은 방파제에 오르간 역할을 하는 구멍을 뚫어 파도와 방파제가 부딪히는 정도에 따라 소리가 난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선율이라니 정말 낭만적이다. 아이들과 함께 오르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물 장난을 치며 행복했다.
'태양의 인사'는 낮에 받은 태양열을 흡수해 밤에 빛나는 거대한 네온사인이다. '바다오르간'과 마찬가지로 예술 건축물인데, 밤이 되니 수 많은 사람들이 불 켜진 태양의 인사를 보기위해 모여들었다.
물가에서 조금씩 장난을 치자니 날은 덥고 물에 너무나 들어가고 싶다! K에게 넌지시 얘기했더니 "누나 해수욕 하실래요?"한다. 이 먼 타국에서 다섯 살이나 어린 남자 아이와 해수욕을 하게됐다. 그런데 마냥 신난다!
해수욕부터 자다르의 일몰까지 다음 화에 계속...
*<크로아티아에 왔다> 크로아티아 혼자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무한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