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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Sep 07. 2019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공부에 대해서 말을 하게 되면 주로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초점 되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내가 말하는 공부는 그것과는 공부의 개념이 다소 틀리다는 것을 미리 말을 해 두고 싶다. 어쩌면 인생공부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싶다. 


나는 공부한다는 소리를 좋아한다. 

공부를 해서 내가 원했던 결과를 얻었고, 내가 누리고 싶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의 가장 큰 매력은 재력이나 뒷배가 없어도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는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공부의 가치를 아무나 누릴 수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또한 무엇보다 공부가 좋은 것은 나를 쉬지 않고 뭔가에 집중시키기 때문이며 이것을 통해서 닫혀 있는 생각이 아닌, 열려 있는 사고를 하고 동시에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들이 잘 모르는 지식을 얻었을 때는 마치 선구자가 된 듯한 묘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각양각색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사람은 출세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어떤 사람은 딱히 할 게 없어서... 이유는 아마도 사람 수만큼 될 것이다. 


한 번쯤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자신에게 물어본 적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나의 경우는 흔들리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 





집안에 공부를 정말 잘한 사촌 형이 한 사람이 있다. 그 형은 공부가 즐겁다고 했다. 울산에 살고 있었을 때였는데, 전교 상위권에 항상 머물렀던 형이다. 지금은 미국에서 미국 시민으로 잘 살고 있는데, 당시 나에게는 공부 잘하는 사촌 형이 존경의 대상이었다. 

사촌 형이 나에게 말했던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먼저, 없는 사람일수록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조금 고전적이지만, 당시 넉넉하지 않았던 집안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그 형에게는 공부가 나름의 돌파구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촌 형이 고등학교 재학할 때 나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공부를 하겠다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다. 

사촌 형이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기 전에 나에게 한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없는 형편에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되어 미안한 마음에 어떤 사명감을 내세워서라도 조금이라도 마음을 가볍게 하고자 했던 말이었던 것 같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 집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사촌 형이 나에게 두 가지 이유를 시간을 두고 달리 주장했다는 점이다. 처음엔 뭐 그럴 수 있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사실 첫 번째 이야기는 나름 신파 같은 면이 있어서 나의 감정선을 건드릴만큼 쉽게 이해를 했었지만 마지막 이야기는 이해를 못했다. "공부가 사회 공헌과 무슨 상관이지? "라고... 


그렇게 미국으로 떠난 형의 이야기는 잊고 살았고, 나도 내 삶을 사는데 집중했었다. 

어쩌다 보니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 학위과정을 밟게 되었고, 결국, 독한 마음먹고 끝을 보자는 심보로 나름 거칠게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어쨌든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고 당시에는 밥벌이를 위해서 연구보다는 연구원과 사업팀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부담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학술논문 게재였다. 당시 일에 열중할 뿐이지 나 자신을 위한 연구는 늘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늘 넘쳐나는 일로 쉽게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운이 좋게 BK21플러스사업팀이 연구교수로 일을 하게 되었고, 연구비 지원 덕에 꽤나 많은 연구실적을 생산하게 되었다. 저널의 컬리티는 떨어져도 그래도 생산력 측면에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정도였다.

그렇게 논문을 쓰면서 나에게도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공헌에 대한 내 마음의 변화였다. 앞에서 언급했던 공헌, 내 사촌 형이 말을 했던 그 공헌이다. 

내가 박사라서, 그래서 잘나서 내 글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글에 대한 책임이 실리다 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 신경을 써야 하고, 신중하게 주장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내가 적은 글을 어느 누군가는 참고할 것이라 생각하니 글이 사회 공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도 많은 학자들이 근거 없는 또는 편향된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서 피해를 보는 단체나 개인이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글을 쓰다 보면, 더욱더 강조하고 주장하고 싶지만 사회 공헌 측면에 있어서 솔직한 개인적 의견을 최대한 삼가고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사촌 형이 당시에 말한 연구에 대한 공헌의 의미가 나와는 다소 다를 것이라 생각을 해 본다. 사촌 형은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를 성사시켜서 정말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반대로 나는 그 공헌의 가치가 있는 연구를 했다면 좀 더 신중하게 연구를 해야 한다고 이해를 한 것이다. 


그렇게 글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사촌 형의 말처럼 공부가 돈벌이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글에 책임감을 느끼며, 나의 세치 혀가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바라기 시작했고 나의 삶도 거기에 맞춰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다. 일단 거짓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어설픈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말 한마디에 책임을 부여하니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어설픈 정보에 현혹되지 않는 내가 되었다는 점에서 공부의 의미를 찾았다. 


한 예로 기업인들과 함께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유혹적인 일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안도 일단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정확한 정보인지를 살펴봄으로써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게 되었다. 

하루는 "이 일을 도와주면 박사님께도 득이 될 겁니다."라며 국가사업을 진행 중인데 상임이사이자 연구 책임자가 되어 달라는 사업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제안이 너무나 달콤했기 때문에 나는 일단 알겠다며 살펴보겠다고 말하고 주어진 프로젝트를 꼼꼼하게 공부를 했었다. 그러나 결론은 내가 할 일은 아니라는 답을 얻었다. 

만일 무작정 따라갔다면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 물론 사업하는 사람들이 말하듯이 운칠기삼이라고 운이 좋아서 흔히 이야기하는 대박을 터트렸을지도 모른다. 사실 사업 제안은 너무나 달콤했고 재력이 없던 나에게는 자기들이 지원한다고 했으니 충분히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좋은 사업인데 왜 나에게 제안할까?라고. 

만일 전 같았으면 아무런 잣대를 대지 않고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는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익숙했던 터라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를 해서 분석을 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공부를 하면서 내 주위에 생겨난 주변 전문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동원하여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었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결국 그 사업은 사기로 들통이 났고, 나는 공부 덕에 모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공부는 나를 지키는 도구이자 방법이다. 

내가 나 자신을 흔들리도록 놔두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올바른 정보를 판별하고, 나의 행동 결정을 위해서라도 자신만의 공부는 지속적이어야 하고, 생활적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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