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기간 안에 의무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 때
관여도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 이야기를 하자면 7대 3 방법은 나를 숨 쉬게 하고 동시에 나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BK21사업팀에서 연구교수를 할 때, 사업팀 내 팀장님(교수님)과 다른 교수님들과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사업팀 재선정사업을 준비할 때는 정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재선정이 되어 내가 몸담고 있었던 그 사업팀은 아직도 잘 굴러가고 있다.
재선정 신청서 제출까지 약 90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기간에 준비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였다. 그리고 그 일을 나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래 관련학과 출신이 연구교수를 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다른 전공자가 연구교수를 하게 되면서 그 학과에 적잖이 파란이 많았다. 그래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 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거의 모든 일을 내가 처리해야 했었다. 일은 나 혼자 하고 도와주지 않으면서 회의는 참~~~ 회의할 때마다 달라지는 안건들도 적잖이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나는 7대 3 원칙 아래 3 트랙으로 일을 진행했다.
1 트랙은 내 방식대로 준비하기, 2 트랙은 사업팀장님 방식대로 준비하기, 마지막 3 트랙은 나머지 참여교수들이 바라는 방식대로 준비하기였다.
약 90일이라는 기간을 두고, 참여 교수들에게는 100%에 맞춰서 일을 진행할 것이라 말하고, 사업팀장님께는 70일 안에 1차 보고서를 끝내겠다고 따로 약속을 했었다.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에게는 60일 안에 끝내겠다는 계획을 짰다. 그때 사용한 것인 OPP이다.
그리고 각 트랙마다 프로젝트 계획서를 달리 작성해서 제시했었다. 사실 이 부분이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능숙해지면 금세 만들 수 있다. 뭐. ~~~~ 날짜만 바꾸는 거니까.
우선 참여교수들은 말은 많았지만 알차 보이는 내용에 패스, 사업팀장님도 90일에 할 것을 70일에 해결한다니 패스였다. 그리고 내가 60일에 끝내겠다는 것은 최종 결정권자인 사업팀장님을 비롯하여 나머지 참여교수들의 또 다른 수정 보완 요구 때문이다. 어딜 가나 꼭 마칠 때쯤 "이건 아니다 수정하라"라는 지시는 반드시 있으니까.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기한을 정해서 일을 했었고, 다행히 평상시에 정리해 둔 자료 덕에 금세 끝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준비하는 기획서 일은 생각보다 사공이 많이 붙게 된다. 이 경우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3개의 트랙으로 구분 지어 놓고 내가 할 일을 별개로 두어 진행하다 보면 산에 가더라도 얼른 다시 바다로 향할 수 있다.
60일을 생각했던 공기는 30일에 끝냈고, 나머지 30일은 열심히 일하는 척? 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만 첨삭하면 끝이었다. 그리고 나는 남는 시간에 내 실적을 위해서 논문 연구를 했었다. 실제로도 재선정 신청서 준비기간 동안 논문을 2개 투고했고, 그중에 1개가 게재가 되었다. 사업팀에서 지원해 주는데 내 실적을 안 만들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50일이 되던 시점에 사업팀장님께 1차로 완성된 자료를 보이고, 이것 저것 수정만 하면 끝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사업팀장님께서도 일단 재선정 신청서가 나왔으니 안도하는 눈치였고, 혼자사 다 했다는 것에 적잖이.... 그 덕분에 인정을 받아서 연구교수 계약기간인 4년을 다 채우고 나왔다.
무엇보다 지금의 사업팀을 재선정에 선정되게 만들었기 때문에 나를 싫어했던 교수들은 여전했지만 더 이상 태클을 걸진 않았다. 굳이 거는 태클이라면 "왜 혼자서 연구를 하느냐?", "대학원생들 관리를 잘해라", "두고 보겠다"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대학원생 논문 실적도 전에는 1년에 한 두 편 나오던 것을 내가 있는 동안 1년 4~6편으로 만들었는데, 약 300% 성과를 만들어 주고 나온 셈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4년째 되던 해에는 참여교수들이 많이 봐줬던 기억이 난다. 하긴 곧 나갈 사람인데 뭘 더 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