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 소설[파렴치한 연애] 6화
XX6
코로나는 4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거리 두기는 더욱 강화되었다.
수도권 거리 두기는 4단계 실시로 6시 이전 4명, 6시 이후 2명 이상 모임 금지
1인 시위 외 집회, 행사 금지, 모든 유흥시설 집합금지
거리두기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밀폐, 밀집, 밀접 금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감염과 사망자의 증가로 금지의 시대가 열렸다.
금지의 시대가 되자 사람들은 쇼크 상태에 빠졌지만 코로나로 인한 금지는 오히려 여자와 남자에게 자유를 주었다. 2인 이상 모임 금지에 여자와 남자는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어디든 마음껏 다닐 수 있었다. 어떤 장소를 가도 북적이지 않았고 한산하고 조용했다. 금지는 금지를 더 뜨겁게 달궜다. 여자와 남자의 만남 자체가 세상에서는 금지된 만남이었기에 금지에 대한 욕망은 더욱 극대화되고 금지에 대한 결핍은 서로에게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여행을 가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남자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 요리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평범한 일들이 특별해졌다.
" 오늘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주문만 하세요."
"당신이 만들어 주는 거면 뭐든 좋아요."
남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여자를 칭찬했고 자신만을 위해 누가 상을 차려주는 일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감격했다. 여자도 덩달아 감격했고 눈물 나게 행복했다. 누군가와 같이 음식을 먹는 행위가 그렇게 눈물 날 정도로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저녁 식사와 곁들인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어요. 있으면 먹고, 배고프면 한 끼 때우는 정도죠."
"노노~~ 지금부터는 황제처럼 먹을 거예요. 언제든 당신이 먹고 싶다는 것은 제가 다 해줄 거니까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남자가 여자를 안으며 입을 맞췄다. 긴 입맞춤이었다.
여자는 갑자기 영화 '화양연화'가 떠올랐다. 남자 주인공인 양조위와 닮은 남자에게 여자는 가끔 '양조위'라고 부른다. 그럴 때마다 남자는 부끄럽게 그러지 말라고 얼굴을 가리곤 했다.
"화양연화에서 양조위랑 장만옥이 택시 안에서 서로의 손이 스치는 장면 기억나요? 저는 그 장면이 가슴이 아프면서도 섹시해요."
"그 장면은 기억이 안 나는데 테마곡은 기억이 나네요."
여자는 화양연화의 테마곡인 '유메지의 테마'를 틀었다. 식탁에 앉아있는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남자를 안았다. 남자도 여자를 안았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움직였다. 조용한 움직임과 음악에서 느껴지는 파동이 여자와 남자에게 전해졌다. 여자와 남자는 더 깊게 서로를 안으며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 앙코르왓트에 가서 화양연화 마지막 장면에 나온 것처럼 사원 구멍에 대고 소원을 빌고 왔어요. 양조위는 자신의 비밀을 묻고 왔지만 저는 소원을 빌고 왔어요. 당신이 만약 사원 구멍에 비밀을 말하고 봉인한다면 어떤 말을 할 것 같아요?"
"저도 비밀보다는 소원을 말하고 싶은데요. 당신이 내 여자가 되게 해 달라고..."
"이미 당신 여자예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따 집으로 돌아갈 거면서... 진짜 내 여자, 내 부인이 아니잖아요. 비난받을까 두려워하지 않는 떳떳한 관계를 원해요."
여자는 부쩍 남자가 몰아붙이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음악 소리를 높였다.
여자는 남자와 같이 '유메지의 테마'를 들으며 춤을 추던 시간이 그립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숨결도, 음악 소리를 최대로 올리고 격정적인 사랑을 나눴던 침대, 흔들리던 촛불, 분출하는 사정의 순간...
끔찍한 그리움에 시달렸다. 참기 힘들었지만 기를 쓰고 참았다. 그런데 카톡은 해결이 나지 않았다. 카톡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여자와 남자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역사가 글로써 이루어진 매개, 그것을 없앤다는 것은 여자와 남자의 시간을 없애는 것과 같았다, 남자와 헤어진 사실 보다 더 가슴 아팠다.
여자는 남자의 카톡 차단 해제를 눌렀다. 다시 차단했다. 다시 해제... 다시 차단... 밤새 차단과 해제를 반복하다 날이 밝을 무렵에는 해제에서 멈췄다.
-당신이 한 것처럼... 똑같이 해야 한다고, 지금은 그래야 당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어요. 하여, 전화번호도 삭제하고 카톡도 차단했지만 그 일이 그렇게 가슴 아픈 일이더군요. 그것 역시 제 인생 첫 경험이라...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삭제하는 거... 카톡은 차단과 풀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결국 열어 두었어요.
당신의 방식을 따라 해 보려 했지만. 역시 내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헤어져도 지나간 시간을 부정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은 그대로 두고 싶은 것이 제 방식입니다.
카톡은 우리의 시간과 추억을 함께 한 통로라 그대로 놔둡니다.
당신의 방식을 따라 하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당신, 맞아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은 음악이 뭐였어요?
--?
--당신이 맞는지 확신이 안 서서요.
--유메지의 테마.
--당신 맞네요. 고마워요. 차단 풀어줘서... 이번에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당신 전화번호를 삭제하고 카톡을 차단했었어요. 연락하면 안 된다고 이성은 말하는데 감정이 마음대로 안 돼요. 나는 시간이 지나면 당신이 내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줄까, 믿어 줄까를 고민합니다. 오늘 밤처럼 달이 없는 지금도 당신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보고 싶습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하니까 10년 뒤에 당신에게 가겠다는 약속을 한 거예요. 3일 뒤에 당신이 약속을 번복하는 것을 보면서 신뢰는 산산이 부서졌어요. 뻔히 보이는 약은 속내와 계산을 하는 당신을 확인하면서도 사랑을 거두지는 못했어요. 다만 신뢰를 깨버린 당신에게 갈 수는 없겠다...
--나는 당신과 아무 문제가 없던 때나, 당신은 힘든데 나는 몰랐던 그때의 예전으로가 아니라,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치앙마이에서부터... 내가 해야 할 얘기는 다 하고, 정리해야 할 것들도 다 하고... 되돌릴 수 없는 말과 행동은... 정말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그건... 당신이 그렇게 집요하게 요구하고 집요하게 단정 짓고(대화가 아니라) 비난한 반응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아닌가요?
--지난 우리의 시간 속에서 다툼은 전부 당신이 했던 말이나 그 말에 바탕한 사실 때문이었어요. 그때마다 당신은 모든 사실을 부정했고 그런 기억도, 그런 말을 자신이 했을 리가 없다고 자신의 전 존재를 부정했었지요. 그렇게 여러 번의 큰 사건과 마음을 다치며 내가 내린 결론은 '저 사람은 진짜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그러니 저렇게까지 확신에 차서 물어뜯겠지'
그때가... 내가 마음을 접었던 때였어요.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니까. 그래야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왔죠.
--저도 싸우지 않는 그 시간이 좋았어요. 당신이 10년 뒤에 나에게 오겠다는 약속도 하고...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10년 뒤에 당신이 온다는 어떤 보장도 없이 기다리다가 안 오면? 그 나이에 혼자 남겨진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어요."
--10년 뒤에 당신에게 가겠다는 약속이 얼마나 힘들게 결정한 일인지, 내 인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까지 고통을 주는 일인지 생각해 봤다면... 당신을 위해서...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 감내하고 가겠다고 한 건데... 당신은 자신이 손해 나는 일인지 계산하고 재다가 약속을 깼잖아요. 그것도 3일 만에."
--3일은 아닐 겁니다.
--이번에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그런 말을 할리가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아서 다행인데요. 약속을 번복한 시기가 3일 만이라는 것은 부정하고 싶으신가 봐요?
--또 비난 모드인가요? 참, 다음 주에 이사하기로 했어요.
--새 보금자리에서 원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 원하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내가...
--내 물건은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당신 물건을 함부로 처리하기 싫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당신이 짠 하고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전화번호를 지우고;사람을 지우고
카톡을 지우고;추억을 지우고
이름을 지우고;시간을 지우고
이것이 당신 방식이라면서요.
사람과 추억과 시간을 지웠는데
물건을 지우고; 감정을 지우고
이거 하나 더 보태는 거 어렵지 않을 테지요.
당신 방식 대로 하세요.
XY6
남자는 '재수 없다'는 말에 사로잡혔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그런 치욕적인 말을 듣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인데 여자는 어쩌자고 '재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떨어뜨리는 걸까? 여자에게 사과를 받기는커녕 여자의 마음을 더 들쑤셔놔서 싸움이 커졌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달랐다. 여자가 전화와 카톡을 차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자가 먼저 여자의 전화번호를 삭제하고 카톡을 차단했던 것은 사실이다. 여자가 화가 나면 얼마간 시간을 두었다가,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얘기하고 싶을 때조차 여자가 집요하게 연락하는 걸 막고 싶었던 건데 그 배경을 얘기 안 하고 차단했다는 말을 한 것이 이렇게 동티가 날 줄은 몰랐다.
10년 뒤의 약속에 대한 서로의 다른 입장으로 크게 싸우고 헤어진 시간이 길어졌다. 남자가 전화와 카톡 차단 해제를 하고 연락을 해도 무반응이었다. 여자가 차단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자가 자신을 차단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남자가 여자를 차단할 때 여자가 이런 심정이었겠다... 후회가 밀려왔고 참을 수 없이 아팠다.
여자와 완벽하게 단절되었다. 여자가 밀어내는 거라면 보내줘야 한다. 여자를 반의 반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헤어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차피 나에게 올 사람도 아닌데 여기서 끝내는 게 맞다. 여자를 잊자.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술에 취하면 여자에게 전화를 걸고 카톡을 보냈다. 여자는 무반응이었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했던 공간에 혼자 있는 것이 괴로웠다. 집안 어디나 여자의 흔적이 남아있고 눈이 가는 곳마다 여자가 보였다. 도저히 이 집에서 살 자신이 없었다.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여자를 잊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삿날이 정해지자 남자는 가슴이 아렸다. 여자와는 여전히 연락이 안 된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여자가 짠 하고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이삿날까지 여자는 소식이 없었다.
이삿짐 회사에서 나온 직원들이 이삿짐을 싸고 있는 동안 남자는 귀중품을 담은 상자를 차에 가져다 놓기 위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상자를 차에 싣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상자 안에는 여자의 물건도 들어있었다. 이사가 이렇게 아픈 일인가? 담배 한 모금 빨아올리자 눈물이 주룩 떨어졌다. 재를 터는 손이 떨렸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 한 대를 더 태우면서 아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여자가 거짓말처럼 서있었다. 서로 당황한 얼굴을 하고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이사하는 줄 몰랐어요. 우리 방에 있던 물건들이 사라지고... 방이 비워지고..."
여자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원래는 토요일이 이삿날이었는데 하루 더 일찍 빼줄 수 있냐고 해서 금요일로 앞당긴 거예요."
여자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과 흐느끼는 울음이 새어 나오는 입을 막으면서 말했다.
"이사하면 우리가 같이 보낸 이 공간을 다시는 못 보게 되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출근하고 없을 평일 시간을 택해서 왔는데... 오늘이 이삿날이래요. 우리 방이 비워지고 있었어요... 우리 방이..."
남자는 여자를 안으면서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남자의 품 안에 안긴 여자는 울음이 터졌다. 여자의 눈물로 남자의 셔츠가 젖었다.
새집에서 보내는 첫날밤,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베란다에 달빛이 스며들었다. 남자는 람빵에서 본 거대한 달과 여자에게 푹 빠져버린 달밤의 섹스를 생각했다. 그 여자가 앞에 있다.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와줘서 고마워요. 나한테 손을 내밀어 준 것도 고마워요, "
"마지막으로 우리 공간을 보고 싶었어요. 이사하면 다시 가볼 수 없으니까..."
"몰래 방만 보고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렇죠.. 와보니 이삿짐을 다 싸놓았더라고요. 우리 방이 휑하니 비어있는 모습을 보니까 그렇게 슬펐어요. 멍하게 서있다가 당신과 마주친 거예요."
"이삿날을 하루 앞당긴 덕분에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다시는 헤어지자는 말 하지 말기예요."
남자는 A4 용지와 펜을 가져오더니 서약서를 쓰자고 했다. 서로에게 바라는 것을 이행하겠다는' 연인 서약서'. 남자가 여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헤어지자는 말 하지 않기
여자가 남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게 자주 연락하기
여자가 서약을 어겼을 시에는 여자의 가족들에게 남자와의 관계를 알린다.
남자가 서약을 어겼을 시에는 여자의 이름을 남자의 몸에 문신으로 새긴다.
서약서의 맨 위에는 커다란 글씨로 연인 서약서라고 썼고 두 사람의 이름을 써서 지장을 찍었다. 유희에 불과할지라도 남자와 여자는 진지했다. 다시는 싸우고 싶지도 헤어지기도 싫었다. 더한 유치한 짓도 할 수 있다. 남자는 여자와 헤어져서 못 견뎌하던 시간, 결국 잊기 위해 이사를 결정하기까지 내린 결론은 이생에서 여자와 같은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여자를 다시 만났으니 뭐든 해야 했다. 유치한 연인 서약서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마음이 놓였다.
남자는 연인 서약서를 훑어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여자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바보같이 웃었다. 남자는 여자의 입술을 바라봤다. 여자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치열하게 싸웠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누군가 잘못을 했을 때 정식으로 사과하고 용서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각자의 입장만 내세웠죠. 당신이 김 선생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부정했던 것도, 김 선생에게 당신이라고 부른 것도, 10년 뒤에 같이 하기로 한 약속을 깬 것도... 어느 것 하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어요. 정확하게 짚고 사과하고 용서하는 과정이 없이 지나치면 언제고 그 일 때문에 싸우게 되죠. 우리가 그랬어요."
"옛날 얘기 하기 없기! 또 내 잘못이군요. 당신과 어렵게 만났는데 또 싸우기 싫어요."
"옛날이야기가 아니에요. 앞으로 싸우지 않고 지내기 위해서 필요한 의식이에요."
"그 의식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먼저 앞으로 당신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주세요."
"김 선생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건가요?"
"그것도 포함해서 전체적인 입장이요."
'연락은 할 것 같습니다."
"네, 이제야 솔직해지셨네요. 처음부터 솔직했으면 좋았을 걸..."
"그리고 김 선생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과 그 외 내가 잘못한 일이 많았는데 제대로 사과하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저도 미안해요. '재수 없다'라고 한 말 사과할게요."
"우리 예쁘게 사랑하면서 살아요. 싸우지 말고."
새집에 달빛이 가득 찼다. 태국 람빵에서 본 거대한 달, 달빛에 물든 여자의 나신과 격렬했던 사랑의 시간들이 겹쳐졌다. 남자는 여자를 단번에 안아 올렸다. 달빛이 교교한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고 남자는 잠에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안정감이었다. 여자가 도망가기라도 할까 봐 꼭 껴안고 품에서 놔주지 않았다. 여자도 남자의 품 안에서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남자는 이대로 세상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남자의 바람과는 달리,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식하고 있었고 면역 회피성이 높아 접종, 감염된 사람도 위험한 상태가 되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남자와 여자는 며칠 뒤에 코로나 확진 판정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