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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D May 05. 2022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어린 왕자에게 배우는 어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은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다."






2011 08 Paris



대학생 때 프랑스를 다녀오고 나서 바로 프랑스어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내게 들리는 프랑스어 발음이 너무 아름답게 다가와서 나도 프랑스어를 내뱉고 싶어 져서였다.

한 날, 프랑스어 전공과목 중에서 어린 왕자 원서를 읽으며 해석하는 시간이 있었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접해봤을 어린 왕자는 대학생 시절에 읽어도 좋았고, 와닿는 구절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30대에 접어든 지금, 어린 왕자는 어릴 적의 순수함을 많이 잃은 어른을 위해 쓰였다는 걸 알게 됐다.



하루하루 살기에 바빠 처음 느끼는 감정들에 많이 무뎌진 건 아닌지  

나 스스로의 마음을 많이 놓치고 외면하며 살아온 건 아닌지

어린 왕자는 순수한 얼굴로 되묻는다.




"오직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사람의 마음.

아무리 보아도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사람들은 그걸 알아내기 위해 그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마음이란 건 참 신비로운 것이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내일은 또 어떤 마음으로 바뀔지 예측할 수 없기에 한편으로 기대하게 되는 것일 수도.

불안하고 휘청대는 내 마음 자체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내가 이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지만 말이다.



마음은 느끼는 것이기에.

과학이나 수학처럼 결론을 짓고 보려고 하면 절대 볼 수 없다는 걸 이제 안다.


 




2022 03 Jeju



어린 왕자가 사는 별에 어느 날 작은 씨앗 하나가 날아온다.

그 씨앗은 예쁜 장미꽃을 피웠다.


어린 왕자는 이 장미꽃을 애지중지 보살핀다.

하지만 장미꽃은 허영과 자만으로 가득 차 어린 왕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바람막이를 세워줘.. 유리 덮개를 씌워줄 순 없을까?"


어린 왕자는 처음에는 이 장미꽃의 요구를 들어주며 지극 정성으로 돌봤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장미꽃의 요구와 이기심에 지쳐 장미꽃을 떠난다.


떠나는 어린 왕자에게 장미꽃은 말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간이 지나 어린 왕자가 자기 별을 떠나 지구 별로 왔을 때 수천 송이의 장미꽃을 보게 된다.

어린 왕자는 그제야 자기 별에 두고 온 장미꽃을 회상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장미꽃의 요구와 투정들이 다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수천 송이의 장미꽃보다 자기 별에 두고 온 단 하나의 장미가 소중하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된다.

 




이보다 쉽게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어린 왕자는 분명 항상 사랑이 뭔지 뒤늦게 깨닫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그 장미를 위해 바친 네 시간 때문이야.

길들인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해. 넌 장미에게 책임이 있어.”



누군가를 길들이고,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

말 자체에서 따뜻함이 물씬 묻어 나와서 같은 문장을 계속 되뇐다.

늘 내 옆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을 잃을 때의 상실감. 그간 길들여진 감정을 말끔히 정리하는 일.

또 길들여질 새로운 사람을 찾는 그 과정들이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는데도 어렵기만 하다.






2022 03 Jeju





20대에 <35살까지는 연습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구매한 적 있다. 결국 끝까지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 두었는데 한 해, 두 해가 가고 내 나이가 먹어 갈수록 그 책만 보면 자꾸 불안해지는 거다.                            

‘이제 2년 남았네.’ 라며

그간은 연습이라 쳐도 35살부터는 실전일 것 같은 가혹한 생각이 나를 휩싸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연습 때는 실수해도 용서받을 수 있지만 실전은 다른 이야기일 테니까.

나이가 들어도 난 성숙하지 못하고 그대로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나를 옥죄었다.

결국 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두는 것도 변함없을 테고.




하지만

쓸데없다.




어린 왕자를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차피 어른은 다 어린 왕자니까.

각자가 품고 있는 어린 마음을 잘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우린 그럴 필요가 있다.


가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자.

어린 왕자가 살고 있을지 모를 그 별들을 말이다.






“그 별 중 하나에 내가 살고 있을 테니 말이에요. 그 별 중 하나에서 나는 웃고 있을 테니,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보면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을 가지게 될 거예요.”






밤하늘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짓는다.

어린 왕자가 나를 보며 손짓하는 게 느껴진다.



'너 분명 잘하고 있다고 나는 널 응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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