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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나 Mar 12. 2022

어 나갈께. 아빠의 수줍은,

아빠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허허"

딱 두글자. 

아빠의 그 웃음이 그날 따라 내 귓가로 다가와 귓바퀴를 멤돌았다.      

주말이었다. 

엄마는 낮에 외출을 했고, 저녁엔 아빠와 다른 곳에 가기로 약속했었다.

주말의 오후는 짧기 마련. 

나는 방에서 짬짬이 보던 드라마의 마지막 화를 보고 

아빠는 티비소리를 배경 삼아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어느 새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고, 아빠는 엄마와 통화하며 몇마디 하지 않은채 '허허' 웃었다.     


"어_어_ 나갈게"     

얇은 파카 사이즈가 작고 패딩 조끼가 크다는 이유로 얇은 파카 위에 패딩 조끼를 입고 다녀 

내가 매우 경악했던 한주였다.

아빠는 나와 동생을 능가할 정도로 실용주의적이고 패션을 역행하는 인물.

방에서 뒹굴거리던 나에게 그는 물었다.

"목에 털 있는 옷은 좀 그렇제?"

안면이 털로 된 깔끔한 겉옷을 입고 날 쳐다보는 아빠.

그의 수줍은 표정이 날아와 나의 입꼬리를 마구 위로 잡아당긴다.  

뭐가 저렇게 신이 나시는지. 허허.     


그들의 딸이지만 난 이런 말투로 말하고 싶다.

"어이, 사람 참 잘 만나셨소. 

꼭 내가 태어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두 사람을 보고 있음 참 재미있다오."



- 2019년의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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