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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이면 습관이 될까요?

feat. 운동

by 송애옹 Mar 24. 2025

2월 초 본가를 다녀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지금 나의 생활과 처한 상황들이 지겨워졌다.


회사 일도, 저녁마다 먹고 마시며 배부른 상태로 잠드는 생활도, 그 때문에 늘어난 살들도 모든 게 지긋지긋해졌다. 이래저래 자존감 밑바닥인 시간이 반복되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다. 바닥 치는 이것을 어떻게 끌어올릴까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는 것이 없었고 지금 현재로서는 내가 무엇을 하든 ‘조금이라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어떤 결과‘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이런저런 사유로 인해 조금은 충동적으로 헬스장을 등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H는 그런 나를 만류했다. 그의 이유는 타당했다.


첫째, 헬스장이 집에서 멀다. (걸어서 15분 거리)

둘째, 헬스장 가서 상담하면 애옹이 넌 분명히 그들의 꼬임에 넘어가 6개월 또는 1년 장기로 등록하게 될 것이고 얼떨결에 퍼스널 트레이닝도(이하 PT)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 헬스장도 흐지부지하다가 다니지 않게 될 수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몇 번의 전적이 있었다.)

셋째, 집 근처 가까운 곳에 필라테스 센터가 있으니 거기 가서도 상담을 받아보고 가능하다면 체험이라도 한 번 해봐라. 뭐든 집 가까운 곳이 최고다.


나는 싫다고 했다. 나의 이유도 타당했다.


첫째, 집 근처에는 등록 가능한 헬스장이 없다. 내가 가려는 곳은 집에서 멀긴 하지만 전철역 근처이므로 퇴근 후 바로 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걸어가는 것이 힘들다면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여성 전용'이다!

둘째, 물론 한 달보다는 6개월이, 6개월보다는 1년이 저렴할 것이다. 하지만 1년까지는 등록하지 않을 것이며 PT는 절. 대. 무슨 일이 있어도 꼬임에 넘어가지 않겠다. 혼자 해보겠다! 나는 할 수 있어! 결심했다고! (뭐 그동안도 수없이 결심을 하긴 했었지.)

셋째, 운동하고 싶을 때 바로 찾아가서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데,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대부분 그 운동만을 위한 장소이므로 다른 것은 할 수 없어서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필라테스가 하고 싶지 않아!!!

유난히 나의 이유는 길고 느낌표가 많다.


당연하게도(?) 내가 이겼다. 매니저와 상담 후 헬스장을 등록했고, PT 3회 체험 후 결국 유혹에 넘어가 PT도 받고 있다.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아서 관련 내용을 공유한 뒤 헬스장 6개월 권에 포함된 PT 3회 체험을 했는데 예상보다 괜찮았고 나의 상태에 맞게 단계별로 잘 가르쳐 주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 등록했다.


결론은 3월 말인 현재까지 꾸준히. 아주. 잘. 다니고 있다. PT도 아직까지는 만족스럽다. 혼자 했다면 나의 무릎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단계 별로 접근하지 않아 무리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결국 병원비가 PT 비용보다 더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너무 앞서 간 걸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고 저쩌고 구구절절...


헬스장은 (거의) 매일 간다.

‘다른 스케줄이 없는 한 헬스장 출석은 매일 한다. 알겠니? 전철역에서 내리면 다른 생각 말고 그냥 헬스장으로 가!’라고 내 머릿속에 심어두었다.


물론 잡생각이 끼어들 때도 많다.

'운동은 매일 하면 안 좋다던데...' (어차피 고강도로 하는 것이 아니니 상관없다.)

'근력 운동 매일 하면 안 좋다던데...' (어차피 부위를 나눠서 하면 되니 상관없다.)

'그날 일 때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던데...' (가벼운 운동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몇 번의 고비가 더 있었다. 주말에 여행을 다녀오거나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운동을 가지 못하는 날이 이틀을 넘어가면 그...렇...게... 가기가 싫었다. 하지만 잘 이겨내고 있다.


무엇이든 습관을 만들려면 최소 21일에서 100일은 걸린다던데 그동안 100일 넘게 했음에도 습관으로 만들지 못한 것들도 있었으니까... 6개월만이라도 꾸준히 해보려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6개월 후에는 습관으로 자리 잡혀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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