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 여자친구가 잘되길 바랐다.
정말 그랬다.
이별하던 날에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그 말엔 거짓이 없었다.
그런데 한 달쯤 뒤,
인스타그램에 그녀의 새 연애 사진이 올라왔다.
바다를 배경으로, 낯선 남자와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세 번 확대했다.
그 남자의 팔 근육이 눈에 들어왔고, ‘탄탄한 웃음’이 괜히 거슬렸다.
그 순간 묘했다.
행복하길 바랐는데,
진짜로 행복해 보이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축하와 당혹이 뒤섞인, 아주 인간적인 혼란이었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나 이제 내 사업 할 거야!”라던 친구가 있었다.
진심으로 응원했는데, 그 친구가 정말 ‘될 놈’이 되어버렸다.
사업은 대박이 났고,
SNS엔 외제차 키와 함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올라왔다.
나는 ‘좋아요’를 누르며 중얼거렸다.
“그래, 노력은 배신 안 하지… 다만 타이밍이 나만 배신하지.”
웃기지만, 묘하게 씁쓸했다.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어딘가 눅눅한 기분.
그 감정의 이름을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질투였다 —
아주 인간적이고, 아주 솔직한 질투.
우리는 이런 감정을 누구나 한 번쯤 느낀다.
SNS를 켜면, 누군가는 늘 어디론가 떠나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고,
누군가는 운동으로 몸이 ‘변신’했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는 일은 이젠 하루의 일과처럼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걸 보며 느끼는 감정이 단순히 ‘좋아요’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 대단하다!”라는 마음과
“근데 왜 나만 아직 이러고 있지?”라는 마음이 공존한다.
심지어 둘 다 진심이다.
그게 사람 마음의 아이러니이자,
이 책이 다루려는 주제 —
진심과 질투의 공존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알아야 한다.”
“질투는 추한 감정이야.”
그래서 우리는 언제부턴가 ‘좋은 사람 연기’를 하게 된다.
표정은 온화하게, 댓글은 따뜻하게,
하지만 화면을 닫고 나면 묘한 정적이 찾아온다.
좋은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살다 보면,
자연스러운 감정조차 검열의 대상이 된다.
“나 왜 이러지?”
“내가 나쁜 사람인가?”
그 순간, 감정은 부끄러움으로 덧칠된다.
하지만 그건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적 흔적’이다.
마음이 조금 찔리는 건,
내 안의 어떤 부분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융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의식하지 못한 것은 결국 당신의 운명이 된다.”
그림자(Shadow).
융은 우리가 외면한 감정을 이렇게 불렀다.
우리가 외면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림자(Shadow)’가 되어,
언젠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질투가 바로 그렇다.
우리가 질투를 느낄 때,
겉으로는 타인에 대한 불편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나의 가능성’이 반응하는 것이다.
전 연인의 새 연애를 보며 느낀 찌릿한 감정 속에는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미 있고 싶다’는 욕망이 있고,
친구의 성공 소식을 들으며 입가에 미묘한 경련이 일어날 때,
그 속에는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숨어 있다.
즉, 질투는 사랑과 욕망이 뒤섞인 복합 감정이다.
우리의 결핍이 만들어내는,
아주 인간적인 신호다.
질투는 언뜻 보기에 무시무시한 어른들의 감정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어린아이가 숨어 있다.
“엄마, 왜 나보다 동생을 더 예뻐해?”,
“선생님, 나도 잘했는데 왜 걔만 칭찬해요?”
그 시절, 우리는 사랑과 비교를 동시에 배웠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가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작은 내가 몸을 일으킨다.
그 아이는 여전히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줘.”
질투는 그 아이가 보내는 신호다.
그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살짝 웃으며 다독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건 유치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이다
나는 오랫동안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질투는 감춰야 하고,
비교는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사람들의 내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됐다.
질투는 미성숙이 아니라, 성장의 신호라는 것.
질투는 결핍이 아니라 방향이다.
그건 내가 아직 닿지 못한,
그리고 여전히 닿고 싶어 하는 ‘나의 욕망’을 알려주는 감정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누군가의 행복을 보며 웃다가,
문득 마음 한구석이 시큰했던 사람들을 위해.
그 감정을 부끄럽지 않게 바라보기 위해.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기보다,
온전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질투는 타인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아직 성장하지 못한 나의 한 조각을 비추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