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 있는 특권, 체육시간에 지는 경험에 대한 생각

영인쌤: 김선생님,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김쌤: 네, 오늘 비빔밥 너무 맛있더라고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영인쌤:저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운동장 한 바퀴 산책하는 것은 어떠셔요?

김쌤:좋아요. 한 바퀴 돌면서 소화를 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운동장에는 남학생들이 축구시합을 하고 있다. 얼굴을 보니, 자주 보던 얼굴이다.)

김쌤: 오늘도 1반이랑 5반이 시합하나 봐요. 이 친구들은 학교에 축구하러 오나 봅니다. ㅋㅋ

영인쌤:오늘"도" 라고 표현하신 것을 보니 이 두 학급이 자주 시합을 하나 보네요.

김쌤: 네, 자주 시합을 하더라고요.

(주변에는 축구경기를 지켜보는 학생들이 많았다. 응원을 열심히 하는 남학생도 있고, 앉아서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빗고 있는 여학생 무리들도 보였다. 저 빗은 한결같다 ㅋㅋ)

영인쌤:지금 경기 스코어가 어떤가요? 몇 대 몇이죠?

학생 1 지금 3:1이에요. 오늘도 1반이 이겨요ㅋㅋ 1반에는 승후가 있거든요.

영인쌤:5반이 자주 지나 봐요? 이승후 학생은 축구선수를 꿈으로 열심히 배우는 학생선수인데, 1반이 진짜 유리하겠어요.

학생 2: 맞아요. 5반이 이기는 경우는 못 본 것 같아요.

(이승후 학생은 엘리트 축구선수이다.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클럽에서 운동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는 학생이다. 일반 학생들과 시합을 하기에는 그 수준이 매우 높다. 5반이 이기기가 힘든 것 같다.)

김쌤:영인쌤, 5반이 너무 분할 것 같아요 그렇죠?

영인쌤:그러게요. 5반이 정말 이기고 싶을 것 같아요. 지금 보니 참 열심히 뛰고 있네요.

김쌤:저는 운동이라는 것이 어쩌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해요. 저렇게 간절히 이기고 싶은데, 실력차이가 나면 이기기는 힘들잖아요.

영인쌤:오. 굉장히 철학적인 생각이네요. 체육교육의 한 단면이네요. ㅋ 그런데 저는 운동을 통해서 지는 경험을 쌓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김쌤:네? 지는 경험이 중요해요?? 체육시간에 학생들에게 성공의 경험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영인쌤:와! 선생님 멋지신데요? 체육교육에 진심이시군요! 성공의 경험을 쌓는 것은 체육시간에 정말 중요한 경험이죠!

김쌤:성공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자아효능감을 키우고, 나아가 자신 있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체육교과가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인쌤:그래요 그 점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체육교육의 절대적 필요성이죠. 

영인쌤: 그런데 지는 경험도 체육교육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값진 경험입니다. 우리 사회가 실수에 대해 허용적이지 않다는 사실 들어보셨나요?

김쌤: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영인쌤:학생들이 나중에 살아갈 사회에서 실수는 용납되기 힘듭니다. 회사에 취직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성과를 내야 하고, 상사와 의견을 조율해야 하고 등등. 모든 상황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실수는 많은 어려움을 낳죠. 

김쌤:맞아요. 진짜 공감해요. 제 동생의 경우도, 취업 후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았어요.

영인쌤:이런 상황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실수해 보고, 져보는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졌을 때의 그 기분을 알고, 내 실수에 대해 다시 대처해 보는 등의 경험이 정말 중요합니다. 체육시간을 통해 그런 것들을 일부 배워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쌤:선생님 진짜 엄지 척입니다. 저는 체육시간에 애들 패배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없애주기 위해서 팀을 조정하고, 규칙을 바꾸어 주기도 하면서 엄청 개입을 하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영인쌤:진짜 잘하고 계신 것입니다. 성공의 경험은 진짜 중요한 체육시간의 경험이니까요. 하지만 또 이런 잠재적인 교육과정도 있는 것이니, 한번 짚어보고 넘어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점심시간이 끝나고 5반 학생들이 씩씩대며 교실로 들어가고 있고, 네 잘못이니, 승후가 너무 잘하느니, 혼자서 자책하기도 하는 여러 모습이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여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녀석들 잘 성장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