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다행이야

D-8

by 리베르테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주변이 온통 하얗고 길가에 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집 뒤쪽 공원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아이는 오늘은 러닝을 쉬고, 산책을 다녀오겠다며 평소처럼 나갔다.


달칵 문소리가 났다. 아이가 들어오나 보다. 아침 당번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유롭다.

잠시 후,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하는 걸까?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내려가니, 오늘 아침 상차림은 두부 위에 쇠고기와 양파, 치즈를 올린 그라탱과 피망, 양파, 당근, 그리고 남아있던 햄과 함께 볶은 야채 볶음, 그리고 계란프라이, 로메인 샐러드와 페이스튜리로 차려졌다.


야채 볶음이 입맛에 맞았다. 이곳에 오고부터 먹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 반면 아이는 무척 잘 먹는다. 만약 내가 혼자였다면, 지금 일주일 치 장보기 비용이 한 달 치 비용이 될 터였다. 아이는 여행의 진정한 맛은 그 나라의 낯선 음식을 맛보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하지만, 유난히 입맛이 없었다.


"엄마, 전혀 움직이지 않으시네요. 오늘은 엄마가 가보지 않은 곳으로 구경도 겸해 걷는 건 어떨까요?"라는 아이의 말에 나는 무조건 좋다고 했다. 아이는 동선을 짜더니 왕복 3시간 코스를 제안했다.

먼저 Sobyes와 전자제품 매장 BEST BUY, 그리고 근처 상가를 모두 둘러보기로 했다.

Sobyes는 적당한 용량의 포장 상품들로 가득했다. 매장의 규모나 포장 단위가 우리나라 홈플러스와 비슷했다. 하지만 작은 단위 포장 때문인지 가격이 비싸 구매 의욕을 잃었다. 주말임에도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다. 북적이지 않아 오히려 편안했다. 특별히 필요한 물건 없이 다니는 쇼핑은 지루했다.

서둘러 나와 옆의 BEST BUY에 들어갔다. 아이가 작업에 필요하다며 핸드폰 거치대를 보자고 했다. 굳이 여기서 살 이유가 있을까 싶었지만, 일단 들어갔다. 마치 우리나라 전자랜드 같았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삼각대는 없었다.


다시 나와 옆 가구점에 들어갔다. 침대와 소파, 식탁, 소품 중 꽤 마음에 드는 것들이 있었다. 특히 거실 바닥에 깔 러그가 멋졌다.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마치 새로 이사와 가구를 고르는 사람처럼 천천히 둘러보며 소파를 고르고 가격을 확인했다. 나는 패브릭 소파를, 아이는 가죽 소파를 선택하며 좋아하는 취향 차이도 느꼈다. 천천히 둘러보던 아이가 마음에 드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언젠가 작업실을 좀 더 큰 곳으로 옮기면 꼭 이런 소파를 들여놓고 싶어요."

"그 시기가 언제쯤일까? “

"최대한 빠르면 좋겠죠!"

"굳이 기간을 정한다면? “

"항상 새해마다 그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에요."

아이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나 역시 간절히 바랐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TIGRIS는 구글맵을 보니 가구점에서부터 걸어서 20분 거리였다. 이곳은 첫날 안내받을 때 꼭 먹어보길 권한 메뉴 때문에 방문하게 됐다. 캐나다 대표적인 음식, 두꺼운 감자튀김에 그레이비소스와 쇠고기를 얹은 요리 샬마푸틴과 닭 날개 튀김을 주문해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짧게 느껴졌다. 모든 길이 비슷해 헷갈린다고 했더니 "엄마, 혼자 여행했다면 바로 집으로 돌아오셨을 거예요."라고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혼자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저녁은 사가지고 온 요리로 해결했다. 짠맛이 강해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아이는 만족스럽게 먹었다. 다행이다. 적어도 한 명은 제대로 먹었으니.


이곳은 걷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걷는 사람이 주로 아이와 나뿐이다. 차 없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지는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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