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데이, 캐나다의 특별한 휴일
캐나다에서의 한 달이 지났다. 아침부터 간간이 눈발이 날리고, 치워도 치워도 바람이 다시 눈을 쌓아 올렸다. 답답한 마음에 공원이라도 걸어볼까 싶어 나섰지만, 그곳조차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오늘이 이 곳에 와서 가장 추운 날 같았다.
신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걸으며 손발이 점점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매서웠고, 손가락이 저려왔다. 심지어 핸드폰마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자동으로 꺼졌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곧 눈 덮인 풍경에 다시 마음을 빼앗겼다. 고요한 마을과 하얗게 뒤덮인 나무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오늘 처음으로 캐나다에 ‘스노우데이(Snow Day)’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빵을 사러 나갔던 아이가 매장들이 문을 닫았다며 빈손으로 돌아왔는데, 알고 보니 폭설로 인해 학교와 직장이 문을 닫은 날이었다. 차가운 눈 속을 헤치고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온 아이의 젖은 신발이 내 마음을 더 축축하게 만들었다.
캐나다의 겨울은 길고 혹독하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눈이 내리기도 하고,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캐나다인들에게 반가운(?) 날이 있으니, 바로 스노우데이다.
스노우데이는 폭설이나 눈보라로 인해 학교나 직장이 문을 닫는 날이다. 일정량 이상의 눈이 내리거나 도로 상황이 위험할 경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휴교를 발표한다고 한다. 직장인들도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로 전환되거나 하루 쉬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아마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런 날이었나 보다.
어린아이들에게 스노우데이는 마치 예상치 못한 방학과도 같아 아침에 일어나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환호성을 지른다고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날,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환호하는 그 모습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주택가를 지나던 길, 야트막한 언덕에서 아이들이 썰매를 타며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휴일을 즐기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문득 현실적인 생각이 스쳤다. 아이들은 신나고 좋겠지만, 일을 해야 하는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아이 돌봄에 곤란을 겪지 않을까? 또 도로 제설작업을 하는 분들은 밤새 쉴 틈 없이 도로를 치워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서울 같은 대도시는 교통이 마비되고, 출근길은 아수라장이 될 것 같다. 몇 년 전 폭설이 내렸을 때 도로가 마비되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스노우데이는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하루지만, 어른들에게는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노우데이가 마냥 낭만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자연이 선사한 휴식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의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겨울을 한층 더 실감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