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비하는 사람인가?
얼마 전 개그우먼 이수지가 대치동 학원가 엄마를 패러디한 영상이 화제라고 했다. 그녀는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수백만 원짜리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등장했다. 이 영상이 공개된 후 몽클레르 패딩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중고 시장에 내놓는 움직임까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브랜드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상징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오늘 산책을 나서던 중 이웃집 아저씨가 몽클레르 패딩을 입은 모습을 보았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옷차림을 유심히 볼 기회가 적었다. 보통은 장을 보러 가거나 큰 매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대체로 일반적인 패딩을 입고 있었다. 물론 내가 캐나다 브랜드를 잘 몰라서 입고 있는 옷이 고가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명품 패딩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는 캐나다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있을 줄 알았다. 궁금한 마음에 이곳에 오래 거주한 분께 물어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몽클레르 패딩이 인기인데, 이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네요?”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캐나다구스나 아크테릭스 같은 기능성 아웃도어 브랜드를 선호하며 기능성과 내구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명품 패딩이 단순한 보온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력과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실용성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캐나다에도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느낀다고 했다. 그분은 한국을 1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는 체면 문화가 남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반면, 캐나다는 필요에 따라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문화라며, 두 나라의 문화차이라고 생각하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쇼핑 습관의 차이를 넘어 사회적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반영하며, 결국,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는가는 곧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은 소비 습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이었다. 처음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나는 한국에서처럼 별생각 없이 익숙한 제품을 골랐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래 거주한 분들은 제품을 고르기 전에 가격과 원산지를 꼼꼼하게 비교하며 신중하게 소비하는 모습이었다. 할인 행사나 1+1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매장별 가격 비교도 철저하게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나는 소비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브랜드를 선택했던 적이 많았고, 필요 이상으로 소비했던 순간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을 볼 때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하고, 충동구매를 줄이고 있다. 나도 이곳 사람들처럼 실용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보다.
소비는 단순히 무언가를 ‘사는(buy)’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live)'것 자체, 살기 위한 본능이라는 문장처럼, 나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오늘 이웃집 아저씨의 몽클레르 패딩을 보고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결국 나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며 내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