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마음으로
아이들이 좋다. 까르르 웃는 소리, 해맑은 표정,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걷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헬로!"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담장 너머로 나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나도 두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학교 운동장은 아직 눈이 치워지지 않았다. 의아했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운동장으로 나와 쌓인 눈 위에서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눈이 깊어 발이 푹푹 빠졌고, 뛰기 어려우니 공을 손으로 던지며 놀았다. 눈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 '이 추운 날씨에, 눈밭에서 축구라니.' 싶었지만, 아이들답고 자유로운 모습이 참 좋았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커다란 나무 아래에 여자아이 대여섯 명이 웅크려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꺼운 나뭇가지가 지붕처럼 아이들을 감싸 안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종이 울리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로 뛰어갔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 눈 위에서 뛰놀며 눈을 던지는 아이들, 나무 아래 모여 이야기하는 아이들. 짧은 휴식 시간이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이 다양하고 예뻤다.
눈은 끊임없이 내렸지만, 세찬 바람은 불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걸은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옆집 아저씨가 눈을 치우고 계셨다. 늘 이렇게 수고해 주시는 게 감사해 "땡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 한마디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두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고, 오늘은 좀 더 정성스럽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 구글 번역기를 켰다.
"번번이 눈이 올 때마다 이렇게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이웃을 만난 행운에 감사해요. “
번역된 문장을 보여드리자, 아저씨는 활짝 웃으며 주먹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한글로 된 문장을 보여주셨다.
"캐나다에 이렇게 많은 눈이 오는 건 정말 오랜 만이에요. “
서로의 문장을 읽고 또 한 번 웃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후 늦게 장을 보러 나섰다. 인도에는 아직 눈이 치워지지 않은 구간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발이 빠지며 눈길을 걸으니 새로웠다. 코스트코 매장은 저녁 준비를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필요한 물품만 빠르게 고른 뒤, 저녁으로 핫도그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원래 저녁 당번이었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해결하니 기분이 좋았다. 아이도 "다음부터는 오후에 장을 보러 나와서 나온 김에 이렇게 간단히 저녁을 먹어요"라고 했고, 나는 "무조건 땡큐지!" 하고 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저녁 시간에 거리를 걸었다.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창문 너머로 따뜻한 빛이 새어 나왔다. 나는 이런 불빛을 보는 게 좋다. 하루를 마치고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 적어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이 드는 이 시간이 좋다.
어둠이 내려앉는 거리를 걸으며 문득 생각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날도, 가끔은 이렇게 충만하게 느껴질 수 있구나.'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 아이들 모습이 숲속의 요정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