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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무엇이든 서툴지

서툴지만 소중한 첫걸음

by 리베르테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며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쬔다. 바람은 제법 세지만,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진다. 하늘이 이토록 맑고 푸른 날이 얼마 만일까.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사람의 감정이 날씨에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는지 새삼 깨닫는다. 평범한 하루가 왠지 특별해 보이고,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오늘이라는 하루가 선물처럼 소중하게 다가온다.

귤 한 봉지에 담긴 마음
장을 보러 갔다가 귤을 샀다. 옆집 아저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기계가 눈을 치운다고 해도, 무겁게 쌓인 눈을 밀어내려면 적잖은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기계를 밀고 있던 아저씨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늘 죄송한 마음이 들곤 했다. 직접 도울 수 없어 미안했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


귤을 사면서도 잠시 망설였다.
‘이곳에서는 이런 작은 선물을 건네는 문화가 있을까? 괜히 어색해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내 생각했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건 내 마음을 전하는 것. “


귤 한 봉지를 들고 조심스레 아저씨 댁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차고에 차가 있는 걸 보니, 집에 계실 수도 있는데. 한참을 기다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려다,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러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오후에 다시 오기로 했다. 귤의 신선함이 덜해질까 걱정이 되어, 오늘 안에는 꼭 전하고 싶었다.

오후 늦게 다시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이번에는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아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뜻밖의 방문에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미리 번역기에 입력해 둔 문장을 내밀었다.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드실 귤을 샀어요.”
아저씨는 순간 눈이 커졌다가,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땡큐~”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작은 귤 한 봉지에 저렇게 기뻐하시다니.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익숙해진다는 것
사실 처음에는 나도 망설였다. 처음 건네는 선물, 처음 누르는 초인종, 처음 나누는 말 한마디. 하지만 용기를 내어 행동하니, 그것이 소통이 되고 따뜻한 순간이 되었다. 처음은 언제나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한 걸음 내디디면, 그 낯섦은 익숙함으로 변해간다.


오후에는 아이가 내준 영상 만들기 숙제를 하느라 시간을 꽤 쏟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버벅거리며 한참을 헤맸다. 답답하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초보 운전 시절이 떠올랐다.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기억. 자전거를 배울 때도 수없이 넘어졌고,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간을 맞추는 것조차 어려웠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처음에는 서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진다. 운전도 점점 능숙해져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고, 자전거도 균형을 잡아 탈 수 있게 되었다. 요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간 맞추는 법도 익혔다. 인간관계도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점점 상대를 이해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익숙함은 연습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

어떤 일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새 신발도 처음엔 뻣뻣하지만, 신다 보면 점차 편안해지듯이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워지고, 결국 편안한 내 것이 된다. 익숙함은 기다림과 적응의 과정 속에서 천천히 다듬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처음이라는 이유로 주저하지 말자.
낯설고 어색한 순간들이 쌓여, 어느새 우리는 더 능숙해지고 단단해진다. 그렇게 익숙해질 때쯤,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작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그 처음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작은 서툶을 두려워하지 말자. 언젠가 그것이 우리의 가장 따뜻한 순간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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