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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르테 Oct 08. 2024

천안문에서 만나요

발산리 천안문

“엄마! 즐겁게 보내고 계시나요? 그냥 안부 전화드렸어요”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마다 김용택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 <중략> /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 문득 들려옵니다. / 눈부시게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져 내 마음에 꽃이 핀다.

 

그런데 오늘은 주말에 집에 오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이들이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 했다. 친구들과 직접 요리를 해서 부모님들을 초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친구들은 친구랑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함께 했던 죽마고우들이다. 부모들 역시 가까운 근처에 살면서 자주 만나 식사하고 운동도 함께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는 이웃들이다. 아이들이 생각해 낸 초대라니, 마치 만국기 휘날리는 운동회 날을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었다. 

 

집에 온 아이는 친구들뿐 아니라 여기저기 연락을 주고받았다. 처음과 다르게 인원이 12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났다. 아무래도 많은 인원의 음식 준비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주최 측 사정으로 행사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이라 참견하지 않고 모르는 체했다.

 

“엄마! 점심을 식당에서 드시는 것으로 변경했어요. 장소는 세종 발산리에 있는 천안문 식당이고요, 시간은 12시예요” 중국에 있는 천안문이면 어떻고, 발산리에 있는 천안문이면 어떠랴. 

 

아이들의 초대에 마음이 들떴다. 근사한 파티에 참석해 달라는 초대장을 받은 것 같았다. 

무슨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연말에 있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연예인들이 이런 마음이겠다 싶었다. 신경 쓰는 게 보였는지 “엄마, 가족같이 가까운 사이인데 편한 옷 입으셔도 돼요”라고 아이가 말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 좋은 떨림과 설렘이었다. 아이들과 식당에 가는 일이 처음도 아닌데 유난히 특별했다. 

 

식사하는 날 아이와 차를 타고 천안문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자 연이어 다른 가족들도 도착했다. 차에서 아이들과 함께 내려 걸어오는 모습이 레드카펫을 밟는 주인공들의 모습 같았다, 아이들이 옆에서 부모들을 에스코트하고, 먼저 온 아이들은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아이들이 미리 주문한 멘보샤, 양장피 등으로 식사를 마쳤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특별한 요리였다, 

아이의 친구는 화장실에 가는 척하더니 근사한 딸기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부모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다가오는 아이의 모습이 꽃처럼 아름답고 눈부셨다.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데 부모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단체 부모님께 단체 아이들이 드립니다.”라면서 집마다 준비한 꽃바구니를 전해주었다. 꽃바구니를 받는 마음이 기쁨으로 떨렸다. 

청년이 된 아이들의 젊음에서는 광채가 났다. 

 

천안(天安)이라는 말은,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장소라는 뜻이다. 우리는 그날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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