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상담기
2022년 9월 12일(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집을 나섭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대입 수시모집 개인 상담 마지막 날이라 마음이 바쁩니다. 이렇게 수시모집 원서 접수 기간이 추석 연휴와 겹칠 때에는 더 바빠집니다. 상담 시간이 모자란 경우도 생기고, 추가 상담 요청이 들어올 때는 평일 저녁에 상담하러 다시 가거나 간단한 것은 SNS로 상담하기도 합니다.
오늘 내담자는 일반고, 특성화고, 체육고를 그만둔 청소년들과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입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미진학을 선택한 P는 계획과 실천이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지만 실행은 다들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P는 실행도 너무 잘합니다. 8월 고졸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치렀고 수능 준비도 잘하고 있습니다. 장점이 많은 청소년인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긍정 정서와 메모 습관은 올해 만난 청소년 중에 제일 뛰어난 것 같습니다. 저는 폭풍 칭찬을 합니다. 꼭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조언도 건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대학 입학 후 배경지식 및 협업 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사실 고졸 검정고시는 고1 중하 수준이라 배움의 폭과 깊이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모둠 학습 참여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기에 협력 학습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겁내지 말고 1학기 동안은 대학 생활에 무조건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말합니다. 한 학기만 적극적으로 수업과 학교생활에 참여한다면 금방 적응하고 협업 능력도 향상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Z세대의 특징이니까요. 오늘 만난 청소년 모두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개의 직업
<청소년 진로 생존법>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 원노트(OneNote)에서 몇 년 전 일기와 메모를 꺼냈습니다. 오래된 글을 읽고 다듬으면서 그런 마음이었네. 그런 생각이었네. 그때 만남 청소년들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혹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아시나요? 잘 모른다면 검정고시는 아시겠죠? 우리나라 21대 대통령도 검정고시 출신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및 고등학교 졸업을 검정고시로 통과했다고 합니다. 2025년 6월 4일 대통령 선거 당선 공고일 주요 언론 헤드라인을 보면 "흙수저, 검정고시, 소년공, 21대 대통령" 이런 표현이 많이 보입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 스토리입니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줍니다.
저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는 진로전담교사, 학교 밖에서는 <꿈드림> 대학진학상담반 진로진학상담교사가 그것입니다. 물론 학교 밖에서는 봉사활동이긴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학교 밖과 <꿈드림>에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더 큰 꿈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기 계발, 직업체험, 진로캠프, 기초기술훈련, 동아리, 상담, 건강검진, 진로진학 관련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저는 지역의 한 <꿈드림>에서 매년 4월 검정고시가 끝나면 시작해서 대입 정시모집까지 입시설명회, 진로심리검사, 수시 및 정시 상담, 면접 지도 등 다양한 진로활동과 진로진학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처지와 조건, 진로 방향이 다양해서 상담에서 애로점이 많았습니다. 내담 청소년들은 내신 성적 때문에 자퇴한, 대안학교에 다니는, 초중고 모두 홈스쿨링한, 프로 게임단 연습생 출신, 경제적 문제로 학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하는, 학교폭력이나 비행으로 자퇴 또는 퇴학당한, 정서 심리 문제로 그만둔, 장애가 있는, 가정의 붕괴로 중장기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 등 매우 다양했습니다. 성적이 우수한 청소년도 있었고, 개성 있고 착한 청소년도 있었지만, 이기적인 청소년도 있었고, 지치고 자포자기 상태의 청소년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특별한 비법이 없었습니다. '그저 곁에 같이 있는 것만이라도 하자. 그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정도라도 하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공감, 위로, 칭찬, 응원, 격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의 특성을 파악되자,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그들의 처지와 조건에 맞는 맞춤형 상담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했습니다. 2017년부터 제가 봉사활동을 하는 <꿈드림>에서는 해마다 약 20명 이상이 수도권 및 지역의 여러 대학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청소년도 많지만 진로와 진학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해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지속 가능한 진로의 비밀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상담하면서 그 나름의 성공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성공의 기준은 다 제 각각이지만 적어도 센터에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의 성적이 더 올라야 하겠죠? 또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진로 목표와 경로를 찾아서 떠난다면 그 또한 성공이겠죠? 무엇을 선택하든 진로와 진학에서 한 단계 더 나아지고 좋아진다면 그것도 성공이겠죠. 그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여러 해 동안 학교 밖 청소년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빠르게 원하는 진로와 진학을 찾아 떠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고 좌절하고 더 헤매기도 합니다. 무엇이 그들을 고난과 역경을 딛고 원하는 대로 성장하고 성취해 나가도록 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제가 경험적으로 알게 된 학교 밖 청소년의 진로와 진학에서의 중요한 변수는 긍정 정서와 자기 관리능력입니다. 학교 안도 그렇지만 학교 밖도, 세상도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긍정 정서가 높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진로 문제와 진로 장벽을 극복해 나가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긍정 정서의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타고난 성격에 따라 긍정 정서의 정도는 다르지만 긍정의 힘을 믿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은 덜 나빠지거나, 잘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 이해를 잘하는 사람이고, 실행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높고,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찾고, 자신의 진로를 개발하는 역량이 높은 사람입니다. 자기 관리능력이 높은 사람은 감정, 에너지, 목표, 계획, 실행, 시간, 디지털 디바이스 관리 등을 잘합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청소년들은 자기 이해와 진로 정보 탐색을 스스로 잘하며, 자신의 강점을 잘 계발하고 활용하며, 진로 설계와 실행을 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많은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은 진로에서 성취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긍정 정서, 자기 이해, 강점 계발, 진로 실천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긍정 정서, 자기 이해, 강점 계발, 진로실천역량은 짧은 시험 기간은 물론 긴 인생의 경로에서도 매우 강력한 성장과 성공의 힘으로 작용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다년간 진학지도를 했고, 중학교에서 생활안전부장과 상담복지부장을 했고, 지금은 진로전담교사를 하면서 내내 무엇이 성취와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인가 궁금했습니다. 가장 외롭고 힘든 길에 서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성장과 성공 비결의 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의 상담, 관찰, 경험, 공부를 통해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진로의 비밀은 바로 긍정 정서, 자기 이해, 강점 계발, 자기 주도적 진로실천역량에 있었습니다.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인생의 찬란한 그 이른 시절에 세찬 비바람을 맞고 좌절 속에 서 있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수많은 두려움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낙담과 좌절감 위에 수북이 쌓이는 시절입니다.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불안의 블랙홀로 빠져듭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저는 잘 올라가는 방법이 아니라 덜 떨어지는 방법 혹은 잘 유지하는 방법부터 먼저 가르치고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Of course! 물론 당근입니다! “나는 언제나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자세가 진로와 진학 성공의 핵심 비결입니다. 진로에는 당연히 수많은 실패와 고통이 따라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빨리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느냐, 즉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 관리는 다이어리에서 시작합니다. 꿈은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은 “안 되면 되게 하라!” 보다는 “안되면 잘 되는 거 하라!”가 대세입니다. 강점에 집중하세요. 무작정 공부하지 말고 공부하는 이유와 목적을 생각하세요. 그리고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도전하세요. 그게 진로에서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잘할 수 있고 다 잘될 거예요. 왜냐하면 여러분들은 이미 다시 시작하고 있으니까요. 응원합니다!